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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SF어워드 (2022)

한국 SF어워드 2022 - 만화·웹툰 부문 수상작 및 심사평


대상 <랑데부>​ Hun, 지민

작가 소개

Hun
[작품 경력]

1999년 데뷔 <킬러>, 아이큐점프 연재
2003년 <그래피티>, 아이큐점프 연재
2006년 <데쟈뷰>,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2007년 <샴>,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2008년 <항해1>, 카카오웹툰 연재
2009년 <향연상자>,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2009년 <지옥에서>,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2010년 <항해(흩날리는 시간들)>, 카카오웹툰 연재
2010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카카오웹툰 연재
2011년 <그루밍 선데이>, 카카오웹툰 연재
2011년 <소녀더와일즈>, 네이버웹툰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제나)
2011년 <해치지않아>,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 슬럼버>, 카카오웹툰 연재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2 : 유일하게>, 카카오웹툰 연재
2016년 <나빌레라>,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지민)
2019년 <랑데부>,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지민)
2021년 <나빌레라 4부(부제:커튼콜)>,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지민)
2021년 <랑데부 시즌2>,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지민)


[수상 경력]
2008년 <샴> 문화부장관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2011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문화부장관상
2018년 <나빌레라>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2018년 <나빌레라>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콘텐츠진흥원상
2021년 <나빌레라> 제18회 부천만화대상 대상 및 우수만화상 수상
2022년 <나빌레라> 2022 아이스너 어워즈 웹코믹 부문 후보작 선정

지민

[작품경력]
2010년 데뷔 <육식공주 예그리나>, 부킹 연재 (글: 하일권, 그림: 김지민)
2012년 <booska+>, 일본 소학관크리에이티브 잡지 히로즈 연재 (원작: BOOSKA, 그림: 김지민)
2016년 <나빌레라>,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지민)
2019년 <랑데부>,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지민)
2021년 <나빌레라 4부(부제:커튼콜)>,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지민)
2021년 <랑데부 시즌2>,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연재 (글, 연출 HUN, 그림 지민)
 
[수상경력]
2010년 세종대학교 SECAN 어워드 졸업전시회 대상
2012년 일본 소학관 크리에이티브 잡지 히로즈 공모전 우수상
2018년 <나빌레라>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2021년 <나빌레라> 제18회 부천만화대상 대상 및 우수만화상 수상
2022년 <나빌레라> 2022 아이스너 어워즈 웹코믹 부문 후보작 선정



작품 소개

마지막 기억은 학교 옥상이었다. 반격할 수 있었지만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일진들 집단 구타를 온 몸으로 받아냈다. 역시, 반격해야 했을까? 자비 없는 집단 린치...결국 옥상에서 추락했다. 그리고 기억은 거기까지. 눈 떠보니 병원. 세상은 망해 있었다. 외계인의 침공이었을까? 아니면 바이러스...? 설상 가상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물건을 강탈해 살아가는 무리도 있다.

아이, 여성, 노인 가릴 것 없이 폭력과 강탈을 일삼는 무리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놈들. 나를 옥상에서 밀쳐낸 그 놈들 아닌가?! 가족도 찾고, 안전한 곳을 찾아야겠지만...모르겠다!
망해버린 세상이고 뭐고 난 복수부터 해야겠다!

수상소감

Hun
드라마 장르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로서 비주류 장르에 대한 도전은

쉬운길이 아닐거라 예상했지만 역시나 나 자신의 부족함을 크게 알게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잘했다는, 많은 성과의 칭찬은 물론 아닌,
새로운 것에 겁없는 시도에 대한 응원으로 주시는 상이라 여겨진다.
랑데부의 시도가 작가 본인에게 큰 공부가 될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가장 큰 성과이다.
편히 할 수 없는 스케줄의 작업을 묵묵히 함께해준 지민작가에게 감사하다.

지민

랑데부가 수상후보작으로 선정되게 되어 sf 어워드에 참석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작품활동에 정진하여 더욱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우수상 <유진의 환상특급열차> 조녘

작가 소개

학력

Dublin Institute of Technology (아일랜드)
2014 순수미술과 / 학사 졸업

웹툰
2022 스튜디오 타이거 왓챠 2.0 웹툰 “정의구현” (작화)
2020 – 2021 만화경 “유진의 환상특급열차" (스토리, 작화)
2016 – 2018 피너툰 “좀비플래너" (스토리, 작화)

출판
2021 씨드북 “꽃이 된 로봇" (글, 그림)
2020 씨드북 “좀비를 만난다면" (글, 그림)
2018 씨드북 “해드리의 인간 마을 탐방기” (그림)


작품 소개

또 다른 평행 우주 속 당신을 만나본 적 있나요?

유진이, 유진을 보면서, 유진에 대해 생각하는,
유진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수상소감

생각지도 못한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진의 환상특급 열차”는 제게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은 애증의 만화입니다. 개인적인 경험들에 엉뚱한 공상이 섞여 만들어진 이야기들이라 모두에겐 공감받기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기회 주시고 연재 기회 주신 만화경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SF라는 장르가 타 장르에 비해 친숙하지는 않지만,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을 주는 장르는 역시 SF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SF 작품들이 나오고 많은 독자님께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수상 <위아더좀비> 이명재

작가 소개

2020 네이버웹툰&웹소설 지상최대 공모전 대상

2021 위아더좀비 연재 중

작품 소개

초대형 쇼핑몰 서울타워에 좀비 사태가 발발하고, 정부는 사태 진압을 위해 좀비들을 타워에 두고 봉쇄한다. 김인종은 미처 구조되지 못해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타워 안에 남겨져 1년을 산다. 알고 보니 김인종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몰래몰래 숨어 살고 있는 듯하다. 인간과 좀비가 공존하는 이 미스터리한 타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비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사라의 페이크-로그.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이명재입니다. <위아더좀비>는 좀비로 인해 고립 된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들과 또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려내는 가상의 세계관이, 제 만화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 한편으로 실제 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게 끔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완결 까지 가야할 길이 멉니다. 더 열심히 그려서 끝까지 재미있는 작품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상이라 생각 되고, 또한 정말로 기쁘고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만화/웹툰 부문 심사평


만화/웹툰 부문 심사위원장
이재민

 

우리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SF의 장면들을 상상해 봅시다. 붉은 광선검이 불타오르고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면 다스베이더일 겁니다. 토성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공간에 뚫린 웜홀, 타는듯한 블랙홀이 보인다면 <인터스텔라>겠지요. 인류가 달에 갈 것이라는 희망이 가득했던 60년 전의 사람들은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를 만들어냈고, 그걸 보고 자란 사람들이 <인터스텔라>를 만들고, ‘엔터프라이즈’라고 이름붙은 워프 우주선을 계획합니다.

올해는 한국이 최초로 달 관측 위성 다누리를 쏘아 올린 해이기도 하고, 그에 앞서 직접 만든 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시킨 해이기도 합니다. 카운트다운을 하고 머나먼 우주로, 또는 머나먼 미래로 쏘아 올려진 로켓을 보는 마음은 우리가 SF를 사랑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달에 처음 발을 내딛은 암스트롱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라고 말했죠. 우리가 인류를 위한, 인류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되는 건 꽤나 감동적인 일입니다.

미래의 인류에게 기억에 남을 장면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SF어워드를 심사할 때는 항상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해 보다 늘어난 작품, 그리고 지난해 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만드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 속에서 치열한 논의 끝에 세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SF 장르에 열정을 쏟는 작가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독자분들 역시 심사위원들이 느낀 감동을 함께 느끼시기를 기대하며, 끝으로 세 작품에 대한 평을 남깁니다.


올해 대상을 수상한 <랑데부>는 심사위원 간에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빠른, 밀도 높은, 이미 ‘아는’ 것은 빠르게 스킵하며 지나가는 세상이지만 <랑데부>는 자신의 템포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죽을만큼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세상에서, ‘각오’를 다지는 주인공 이연은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나갑니다. 회귀, 빙의, 환생의 시대에 <랑데부>는 강이연의 각오를, 그리고 그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는 낡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과정이 없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과정을 피해서는 결과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랑데부>는 SF적 상상력을 만화적으로 빼어나게 보여주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수상을 수상한 <위아더좀비>는 모두 각자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서 배제된, 사라진, 또는 지워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서울의 거대한 빌딩을 중심으로 좀비 사태가 발생하자 우수한 행정력과 경찰력은 그 일을 ‘없던 셈’ 칠 수 있게 만듭니다. 역설적으로 ‘없는 셈’ 취급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디스토피아 안에서 세워나갑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세상에서 ‘좀비’ 취급받던 사람들입니다. 문명의 효율성이라는 현실적인 배경 위에 SF적 상상력을 섞어 다양성과 생존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조녘 작가의 <유진의 환상특급열차>는 ‘불사’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으로 시작해 평행우주와 다중우주,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흥망성쇠, 희로애락을 그려냅니다. 과학으로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과 영원히 밝혀낼 수 없는 것. 우리가 아는 세상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아주 먼 길을 달리는 열차처럼 쉬지 않고 독자를 몰아세우는 작품입니다.

 


만화/웹툰 부문 심사위원
곽영진

출품작이 아닌, 전수조사에 의해 대상작품을 검토하는 SF어워드는 그렇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 해 동안 발표된 SF장르의 모든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어워드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충분하다. 만화/웹툰의 경우 작년보다는 약간 적은 수가 집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작품들이 많이 등장해 그 어느때보다도 흥미진진한 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팬데믹이 만 3년을 채워가는 시기라 그런지 바이러스와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여전히 강세였지만 시간과 기억, 평행우주 등 다양한 SF적 사유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2022년동안 탁월한 성취를 이룬 작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응원을 보낸다.


대상작 <랑데뷰>(Hun, 지민/카카오페이지)는 심사위원 전원이 선택한 작품이다. 코마상태에서 눈을 뜬 고등학생 주인공이 폐허가 된 세상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시작되는 작품은 외계인과 평행세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화려한 액션과 연출을 선보인다. 뛰어난 작화와 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은 작품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일조하면서 조화를 이룬다. 현재 시즌 2가 완결된 상태로 이후의 스토리도 기대를 모은다.

<위아더좀비>(이명재/네이버)는 서울타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사태가 발생한 후 그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니컬한 개그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맛깔나는 이야기와 어울리는 만화적 특징이 잘 살아난 작화는 시너지를 만든다. 현실의 팍팍함을 풀어낸 스토리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드러나는 연출은 이 웹툰이 그저 재미만 있는 개그만화만은 아님을 드러내기도 한다.

<유진의 환상특급열차> (조녘/만화경)는 우주와 인간, 자아에 대한 철학적 질문. 공간과 시간, 행복에 대한 고찰 등 심도있는 주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었다.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이 단순한 그림과 함께 잘 어울어진 수작이다. 독자에게 생각할만한 거리를 던지는 미덕을 가진 만화다.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지만 본심에 오른 <태백:튜토리얼 맨>(이난, 백세/네이버)은 인상적인 작품이다. 자아를 갖게 된 NPC가 게임세계속에서 활약. 게임 회사의 비리와 개인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한 시도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개그감도 좋고 비주얼도 훌륭하다. 과한 연출이 많긴 했지만 이야기의 전개와 잘 어울린다. 인디고 작가의 <히어로즈 플랜비>(레진코믹스)도 시즌이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진진해 지며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든다. 내추럴이라고 불리는 초능력자들의 캐릭터는 그들의 과거사로 인해 입체적인 인물상이 구축되었고, 평행우주와 타임패트롤 등 시간의 패러독스 설정도 설득력이 있다. <Dr.브레인>(홍작가/카카오웹툰)은 뇌 스캔을 통해 사람의 기억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스캔을 계속하는 주인공의 뇌 속에 하나 둘 늘어가는 세입자들로 다중인격의 위험에 처한다는 설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수려한 작화도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Boichi 작가의 오리진(은 본선 진출작에 올라온 작품중 유일한 출판 포맷 만화인데 오랫만에 만나는 종이 만화의 우직한 무게감이 반가운 작품이었다. 자격요건으로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압도적인 비주얼과 연출, 집요한 SF적 설정은 탁월하다.


만화/웹툰 부문 심사위원
홍난지

 

언제나 그렇듯 SF어워드의 심사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빠집니다. 최종 심사 작품들 중 수상작을 점쳐보는 것이 즐거운 동시에 어려웠습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점에서, 저 작품은 저러한 점에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났고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랑데부>는 청소년 시절부터 봐 오던 만화의 향수가 느껴지면서도 안정적인 이야기와 작화, 연출 등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드래곤 볼>의 카카로트의 도복, 정신과 시간의 방이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반가웠습니다. <드래곤 볼>이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되었으니 <랑데부>와는 족히 30년 이상의 격차가 있습니다.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두 작품 사이를 이어 주는 감성은 낡고 오래된 것을 들추어 촌스럽게 여겨질 수 있지만, 노력과 각오,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굳은 신념이 가져올 긍정적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 등은 시대를 막론하는 것임을 깨닫게 만듭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각자도생, 이기주의와 능력주의로 인하여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현 세태에서 <랑데부>가 던지는 메시지는 위로를 줍니다.

<위아 더 좀비>는 예상치 못한 좀비사태로 쇼핑타워에 갇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흔히 예상하는 좀비물의 분위기는 끝도 없이 밀려드는 좀비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폭력이 정당화되어 나타나는 액션일 것입니다. <위아더좀비>는 폭력적 액션 보다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자의든 타의든 노력하며 삶을 질주해갔지만 누구도 멈추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아 버겁게 버티고 있던 이들은 좀비 사태 이후 쇼핑타워에 갇힌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살아남으려고 애를 쓸 수도 있고, 낯선 세계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삶의 소중함과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게 될 수도 있겠죠.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은 멸망한 세계를 제시하지만 결국 작품에서 보이고자 하는 바는 재건의 가능성과 삶의 희망입니다. <위아더좀비>는 이러한 주제를 가볍고 위트있게 던집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진지한 주제를 전하는 방식에서 더욱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유진의 환상특급 열차>는 만화경에서 연재 완료된 작품입니다. 단순한 작화스타일은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반면 이야기 속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고 진지한 고민과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조화롭게 나타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만화를 그려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것입니다. <유진의 환상특급 열차>는 자칫 지식만화처럼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는 연출로 표현합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찰, 그리고 인간은 무엇을 중시해야 할까를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생각만으로 정리되지 않은 엉킨 타래들이 이제는 알아볼 수 있게 풀렸습니다. 어떻게 작가님들은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게다가 보는 이들까지 설득할 수 있는 것일까요? 바로 옆에 붙어 앉아 작업하는 순간순간을 눈에 담아보고 싶은 열망이 생길만큼 감탄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각축을 벌였던 여러 작품들 중에서 세 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정했습니다. 긴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봐야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심사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에도 수상한 작품, 작가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기쁜 축하의 말씀을 올립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과천과학관 2022어워드 부서 sfaward2022@gmail.com
 SF어워드운영위원회 : koreasf.awar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