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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SF어워드 (2021)

SF어워드 2021 - 영상부문 수상작 및 심사평


대상 <구직자들>​ 황승재

작가 소개

영화 〈썰(2021) / 영화 구직자들(2020) / 영화 구세주2(2009) 연출

영화 사랑하기때문에(2017) 각본
영화 국가대표(2009) 각색

작품 소개

2220년 대한민국,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공들로 인해 인간들이 설자리는 점점 더 줄어든다.

실직에, 난치병에 걸린 아이의 비싼 병원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진짜 인간(정경호)은 일용직 노동시장에서 우연히 원본인간에게 버려진 젊은 인공 인간(강유석)을 만나게 되고, 함께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21세기 서울을 복원한 낯선 듯 어딘가 낯익은 풍경의 거리를 헤매며 농담 같은, 설령 진담인 듯 둘의 대화가 이어지고,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서로에 관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작가의 말

큰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직자들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 흔한 CG한컷 나오지 않는 이 영화를 과연 SF장르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었습니다.
SF어워드 수상으로 인해 그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기쁩니다.
또한 그 질문으로 하여금 그동안 우리가 SF라고 늘 떠올렸던 스타일이나 장치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게 아니었나 저 스스로에게 되묻게 했습니다.
SF란 장르만이 유일하게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하는 모든 것을 깨뜨릴 수 있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수상을 앞으로 더욱 더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수상 <웜홀> 김다솔

작가 소개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영화전공 졸업

<웜홀>이 첫 작품.

작품 소개

시놉시스 :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지수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기이한 일을 겪는다.
 
연출의도 :
그날의 감정에 따라 익숙한 공간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웜홀>을 연출한 김다솔입니다. 생각지 못했는데 이렇게 좋은 상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SF어워드를 통해 많은 동기부여를 받았고,
용기를 얻어 다음 작품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수상 <혼생러 한사라> 최진솔

작가 소개

부산 국제 단편영화제 초청

대구 단편영화제 경쟁작 초청

작품 소개

좀비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사라의 페이크-로그.

아포칼립스 생존기를 브이로그로 연재하면서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동시에 주인공이 유튜브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형식의 콘텐츠를 보여주며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포맷의 영상물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였다.

작가의 말

후보작에 자본이 많이 들어간 상업영화도 보이고 내가 알고 있는 잘 만든 단편 영화들도 보였는데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스마트폰만으로 만든 영화가 수상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 한정적인 상황에서 원하는 내용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결과적으론 작품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낸 것 같고 거기에 좋은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유튜브등의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여 단편영화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수익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온 기획입니다. 단편 영화가 장편을 위한 습작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영상 부문 심사평


영상 부문 심사위원장
김도훈

아이디어를 찾았다. 어떻게든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을 찾아내고 싶었다. SF 단편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SF다운 아이디어다. 이 장르의 팬들은 이미 수많은 장르적 아이디어들을 책과 영상으로 접해왔다. 장르적 클리셰라는 것에 면역이 된 상태다. 올해 SF 어워드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체로 예년과 비슷했지만 점점 장르적 아이디어가 성장해가는 경향이 확실히 보였다. 만족스러웠다. 

다만 조금 지루한 경향도 있었다고 짚고 넘어가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환경 오염으로 마스크를 써야 하는 미래에 대한 단편들이 많았다. 팬데믹과 기후변화 시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소재를 다루는 단편들이 하나같이 이미 메인스트림 영화에서 여러 번 사용된 장르적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장르적으로 비틀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시하는 단편들이 많았다면 더욱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대상을 받은 <구직자들>은 가히 한국적인 이야기다. 황승재 감독은 2021년 현재의 노동 사회를 작은 SF적 아이디어 하나로 살짝 비틀어서 풀어낸다. 이 능숙한 장편 영화는 SF 장르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재능이 탄생했다는 증거에 가깝게 느껴진다. 황승재 감독의 다음 장편을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수상을 받은 최진솔 감독의 <혼생러 한사라>는 21세기의 가장 커다란 장르적 키워드 중 하나인 ‘좀비'를 다루는 단편이다. 장점은 놀랄 정도로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장르적 장치들과 영화적 장치들이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즐겁게 활용된다. 게임과 좀비물의 수혜를 받은 새로운 세대의 거침없는 영화적 놀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놀랐던 영화는 김다솔 감독의 단편 <웜홀>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특수효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김다솔 감독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케어를 받지 못하는 소녀가 놀이터에서 친구(혹은 가상의 친구)가 실종됐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정신적 혼돈을 초현실주의적인 스릴러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웜홀>에서 유일하게 SF적인 설정은 미끄럼틀 입구에 ‘웜홀'이라고 쓰인 문구 뿐이다. 감독은 오로지 그 문구 하나로 마치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나 M.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올해의 발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영상 부문 심사위원
김봉석

올해 SF 영상 부문은 <승리호>, <서복>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 홈> 등 새로운 스타일의 드라마, <인천스텔라>, <구직자> 등의 저예산 영화와 중편을 모은 SF8등 양적 질적으로 전년에 비해 괄목상대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등도 훨씬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도 연출도 한마디로 볼만한 작품들이 많았다. 이제 SF는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고르기가 힘들었지만 심사위원의 취향이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작품들이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대상을 받은 황승재 감독의 <구직자들>은 SF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곰곰히 들여다보는 능숙함이 인상적이었다. 우수상인 김다솔 감독의 <웜홀>은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최진솔 감독의 <혼생러 한사라>는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홀로 생존 투쟁을 벌이는 한사라의 이야기다. 아주 익숙한 소재지만 마치 게임 속 영상을 보는 것처럼 한사라의 생존 투쟁을 그려낸 연출이 돋보였고, 좀비와의 액션 장면도 치밀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한사라의 혼잣말도 적절하고, 모든 상황을 전달하는 장치로 잘 쓰였다. 장편으로 확장해도 좋을 캐릭터고 단편이었다.

그밖에 이경미 감독의 <보건교사 안은영>, 백승기 감독의 <인천스텔라>, 이윤정 감독의 <우주인 조안>, 이정섭의 <인공지능 그녀> 등 본선작도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영상 부문 심사위원
이소영

<구직자들>, <인천스텔라>, <승리호>, <만신>, <시지프스>, <보건교사 안은영>, <우주인 조안>, <인공지능 그녀>, <허공의 빛>, <운조>, <웜홀>, <혼생러 한사라>가 본심에 올랐다. 전년보다 다양한 작품이 후보로 올라왔다. 드라마에서도 SF가 많아졌는데 특히 SF8은 좋은 단편소설을 엄선해 만든 작품인 만큼 SF적 이야기의 충족감이 상당히 높았다. <인천스텔라>는 특유의 유머에 배꼽 잡고 웃었다. 언젠가 극장에서 다시 관람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본심에 오르진 못했지만 어린 학생들의 진지한 작품들, 그리고 여러 다양한 매체에서의 시도까지, 어려운 판데믹 상황에서도 SF라는 장르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던 모든 창작자에게 존경심을 보낸다. 

<구직자들>은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선정됐다. 가까운 미래, 1+1 세상이다.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 인구를 복제인간(이하 인공)으로 메우는데, 버려지는 인공이 생기고 그들은 인력시장까지 나와 가뜩이나 없는 인간의 일자리마저 위협한다. 아픈 아이의 약값을 벌어야 하는 아버지와 버려진 인공은 함께 일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는 아픈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극 중 인물들은 이런 살벌한 노동시장에서 끊임없이 ‘나의 쓸모'에 대해서 논의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영화 속 미래와 지금 우리의 현실이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구직자들>은 작은 웃음과 묘한 끌림으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83분 동안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레퍼런스가 따오르지만 감탄하게 하는 점은 그 즉시 살짝 비틀어 ‘이 영화가 가고 있는 길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부분이었다.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도달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

이런 장점들을 넘어서는 정말 멋진 것은 SF라는 장르가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그에 맞는 톤과 이야기만 찾는다면 재밌고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황승재 감독님의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다. 

<웜홀>은 이웃집에 자주 맡겨지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친하지만 낯선 그 집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그런데 친구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다가 사라졌다. 정말 웜홀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아이에게는 놀이터, 집, 이웃집 모든 공간이 낯설게, 어쩌면 다르게 느껴진다. 그 사이사이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연출의 힘이 좋았다.

<혼생러 한사라>는 좀비 영화다. 실시간 동영상을 찍어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형식이 독특하다. 오프닝과 중간중간 들어가는 게임 그래픽도 재기 넘치고 전체적인 영화의 톤과 딱 맞아떨어졌다. 주인공은 먹을 것을 찾아서 좀비들을 물리치며 돌아다닌다. 극 중에 이런 행위를 ‘파밍'이라고 부른다. 주인공은 자신이 파밍에 중독되었다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파밍을 한 것인지 파밍을 하기 위해 생존을 하는 것인지. 그 모호한 경계, 그 아이러니도 좋았다. 

과천과학관 2021어워드 부서 : sfaward2021@gmail.com
 SF어워드운영위원회 : koreasf.awar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