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다섯번째 흉추> 박세영
작가 소개
죽음과 외로움, 서열과 권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장편소설 《모두를 파괴할 힘》 《그날, 그곳에서》 소설집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논픽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을 썼다. 《테세우스의 배》로 2020 대한민국 SF 어워드를 수상하였다.
2019 황금가지 제2020 단편영화 <캐쉬백> -미쟝센 단편영화제 편집상 수상 외 다수
2021 단편영화 < 갓스피드> -미쟝센 단편영화제 경쟁작 외 다수
2022 단편영화 <호텔과 시청 사이에서> -서울국제실험영화제 심사위원틀별 언급상
2023 장편영화 <다섯 번째 흉추> - 부천영화제 3관왕, 서독제 감독상 외 다수
작품 소개 (줄거리)
버려진 매트리스 위에 곰팡이가, 곰팡이에서부터 한 생명체가 탄생한다. 생명체는 인간의 척추뼈를 빼앗으며 거주지를 옮겨 다닌다. 침대로부터, 곰팡이로부터,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상소감
제 영화를 딱 하나의 장르로 분류하기는 힘든지 많은 하이브리드 공포,실험 극영화, 공포 슬래셔 물, 로맨틱 고어 등의 이상한 장르 수식어들이 붙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SF 장르도 원래는 공상과학이라는 의미로 굳어지기 이전에 B급 영화를 칭했었는데 그 의미랑 가장 맞닿아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에 크랭크업을 하고 겨울이 지난 봄에 영화를 마무리 할때까지는 이렇게 이상한 영화를 어디서 틀어줄까 걱정이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상식에 초대를 해주고 많은 작품들과 같은 자리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상한 sf 영화들 많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수상 <기형종> 변정원
작가 소개
<숙희>(2017), <무명초>(2019) 두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기형종>은 감독의 세 번째 단편영화이다.
작품 소개 (줄거리)
28 세 조은일. 난소에 눈과 이빨, 머리카락이 달린 종양이 살고 있다고 한다. 무엇 때문일까.
남자친구, 엄마, 여자친구는 각자 이 괴물이 생겨난 원인을 짐작하고 기형종은 말을 걸어온다.
수상소감
괴상하고도 귀여운 종양이 나오는 이 독특한 영화가 이렇게 SF 장르로 불리워져
상을 받게 되어서 놀랍고 기쁩니다.
덕분에 영화에 쏟았던 시간과 노력들이 헛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제 머릿속에 있던 것이 작품이 되기까지 도움 받은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향한 따뜻한 격려와 응원으로 받겠습니다.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수상 <평행관측은 6살부터> 홍석재
작가 소개
[소셜포비아] 2015년 개봉
- 19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
- 24회 부일영화상 신인 감독상
작품 소개 (줄거리)
6살 아들 ‘동훈’을 육아중인 ‘경신’은 꿈을 쫓던 결혼 전의 과거와 다른 현재의 자신이 마모되어간다고 느낀다. 그런 ‘경신’에게 또다른 평행세계 속 자신이 평행관측 신청을 해오면서 ‘경신’은 알 수 없는 들뜸을 느낀다. 하지만다른 평행세계 속 ‘경신’ 또한 ‘동훈’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을 뿐. 평행세계 속 ‘경신’은 평행세계 간 아이의 교육 진도를 동기화하는 특별한 유치원에 ‘동훈’이를 함께 보내자고 제안해온다. ‘경신’은 획기적인 교육현장을 목격하고 이 유치원에 반드시 ‘동훈’이를 보내고자 마음먹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수상소감
10년도 더 전의 얘기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sf영화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의 오작동으로 블랙
홀이 발생한 상황을 다리가 부러져 꼼짝달싹 못하는 주인공이 자취방에서 오로지 인터넷 뉴스와 영상을 통해
종말을 겪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영화는 만들지 못했고 1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결혼을 하
고 아기를 낳게 되었습니다. 제 첫 sf 영화는 인터넷 폐인의 종말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삶이 주는
환희와 마모, 누굴 탓해야할지 모를 분노와 죄책감 그리고 그럼에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와 살아가는 시
간에 대해 말하게 됐습니다. 함께 영화를 만든 스탭들 배우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특히, 함께 시
나리오를 쓴 조현민 작가가 이 자리에 같이 왔는데, 현민아 너가 아니었다면 이 이야기는 훨씬 차가웠을 거야.
다음에 또 같이 sf 해봅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모델이자 가장 큰 영감을 준 아내 김보람 감독과 우리 애
기 홍목성. 사랑하고 고마워요!
영상 부문 심사평
· 영상 부문 심사위원장 이안
올해는 많은 작품들이 코로나 시기의 불안과 격리, 공포의 시대를 지나면서 기본적인 관계와 관계를 이루는 요소들을 주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러 후보작 가운데 크리처 장르인 <다섯번째 흉추>는 독립SF 장편으로서 크리처 장르적 시도와 개봉을 위한 도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기형종>은 여성 신체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AI와 디지털 장례를 다룬 <마인즈 유니버스>, 청년 세대가 맞닥뜨린 사회의 장벽을 사실적 배경과 SF 뮤지컬 판타지로 돌파하는 <노이즈 랩소디>의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대상작인 <다섯번째 흉추>는 매트리스에 핀 곰팡이가 그 위에 눕는 인간의 사랑을 숙주로 삼아 등뼈를 탈취하는 설정은 그로테스크한 크리처와 사랑의 에로스적 속성 사이에서 물질적 곰팡이와 사랑이라는 감정의 물질화를 아름다운 영상과 화면으로 펼쳐내는 작품으로, 독립SF 장르에서 장편 극영화로서의 미학을 아름답게 구현해내면서 ‘사랑의 본질’을 영상이미지와 사운드 이미지로 구현해 낸 장편 작품이다.
또한 <기형종>은 난소에 기형종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앞으로 어찌해야할 지를 고민하는 여성 주인공에게 의사, 애인,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는 동안 눈과 이빨에 머리카락까지 생긴 기형종이 말을 걸어온다는 설정이 기발한 작품이다. 자신의 병든 기관과 직접 소통한다는 설정으로부터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과 판단권에 대해 자각하고, 질병이 삶의 잉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라는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SF적으로 캐릭터화된 기형종이 발랄하게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평행관측은 6살부터>는 SF에서 트렌드가 된 평행이론을 바탕으로 평행 세계 사이에 교신이 보편화된 세계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한 논란의 대상을 교육 문제를 다루는 성찰적 드라마이다. 이 작품은 평행 세계라는 설정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OTT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려 교육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과 현상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애니메이션 작품인 <건축가A>는 의뢰인의 삶에서 재료를 수집해 집을 짓다가 불의의 사고로 건축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건축가 A를 중심으로 인간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찾아온 할머니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 할머니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건축가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이 펼쳐낼 수 있는 상상과 표현의 스펙트럼 안에 펼쳐내면서 인생 자체가 곧 자신이 평생에 걸쳐 지어내는 집과도 같다는 성찰로 이끄는 따스함이 여운을 전한다.
뮤지컬 퍼포먼스 형식을 시도한 <노이즈 랩소디>는 전국의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해서 기준치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뮤직박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있다는 독창적인 설정이 돋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을 펼쳐내는 공들인 프로덕션 디자인과 연출이 돋보였으며 현대를 사는 청년세대의 고민이 SF적 방식으로 사유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후보작의 수가 줄어든 것은 OTT 플랫폼이 늘어나고 코로나 펜데믹이 종료되는 시기적 상황 때문으로 여겨진다. 독립 SF 후보작들에 비해 영상 산업의 상업 영역에서 블록버스터 급으로 제작된 SF 창작물들이 VFX 효과에 치중하면서 SF적 세계관과 철학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이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아쉬운 지점으로 보인다.
· 영상 부문 심사위원 김도훈
코로나 판데믹 이후로 확실히 출품 숫자가 줄었다.
다만 판데믹에 대한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손쉬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많았던 지난해 보다는오히려 실속 있는 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수상작을 선정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박세영 감독의 <다섯 번째 흉추>는 SF 장르를 넘어선 올해 가장 흥미로운 한국 독립 장편이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크리쳐물'이라는 장르도 반가웠고 1980년대 존 카펜터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초기작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듯한 미술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인간을 거치며 가상의 크리쳐가 탄생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SF 장르적 질문을 던지는 호기가 썩 마음에 든다. 장르 팬이라면 애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변정원 감독의 단편 <기형종> 역시 <다섯 번째 흉추>처럼 인간의 내부에 자라는 크리쳐를 통해 가히 여성주의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홍석재, 조현민 감독의 <평행관측은 6살부터>는 올해 출품된 작품 중 가장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평행우주라는 익숙한 장르적 장치로부터 인간 존재와 사랑에 대한 교훈을 주는 과정이 매우 단단하고 능숙하고 포근하다. 이미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이야기되어 온 서브 장르에서도 여전히 현재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멋진 증거로 보인다.
· 영상 부문 심사위원 김봉석
올해 SF어워드 영상부문에서 심사한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서 약간 질과 양에서 아쉬웠다. 아마도 코로나 기간에 위축된 제작환경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만들어진 대형 SF 작품들이 기대보다 미진했고, 관객의 반응도 좋지 않았던 점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그러나 올해에도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작품들이 많았고, 개성적으로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로워 전체적으로 본다면 예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우수한 수상작을 골랐다고 본다.
박세영 감독의 <다섯번째 흉추>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매트리스에 기생한 곰팡이가 인간의 흉추를 원하고,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마치 로드 무비처럼 이곳과 저곳,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거치면서 성장하고 확장된다. 발상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던 만큼 영상 표현은 더욱 뛰어나고 여운을 준다. 기발한 크리처의 존재를 잊어도, 각각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연출력이 아주 뛰어나다. 다음 작품이 여전히 기발하면서, 대중적 확장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홍석재 감독의 <평행관측은 6살부터>는 이제 마블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앤원스> 등을 통해 대중에게도 익숙해진 ‘평행우주’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미래와 선택의 문제를 지금 한국의 고질병인 교육 문제와 엮어내는 스토리도 좋고, 담담하지만 매 순간 재치있게 풀어내는 연출이 좋았다.
<기형종>은 갑자기 생긴 ‘종양’의 이유를 SF와 괴담의 형식이지만 동시에 사랑과 존재의 이유로서 끌어내는 방식이 자유로워 좋았다.
이종훈 감독의 <건축가 A>는 이미지에 압도당할만한 작품이다. 기억을 환상적인 방식으로 담아내 건축으로 구현하는 건축가의 모습을 유려하게 표현했다. SF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라 SF어워드와 조금 거리가 멀다 할 수 있지만, 작품의 퀄리티로 본다면 다른 수상작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김운하 감독의 <노이즈 랩소디>는 스토리를 음악, 리듬과 연결하여 끌어가는 형식이 이채롭고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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