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잠드는 시기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시절을 중세라고 부릅니다. 과학기술의 발명과 근대적 자아의 발명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근대가 시작되며 인류는 역사와 시대가 흘러간다는 새로운 감각을 얻었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는 이러한 ‘역사감’ 또는 ‘시대감’을 다른 차원에서 강하게 느끼는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한 챗봇을 뛰어넘어 기술, 문화, 예술가 무엇인지 되묻는 질문이 되어 인류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예술의 이면엔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컴퓨팅 능력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와 수천만 톤에 달하는 탄소 배출이 자리합니다. 가열되는 온난화의 세계에서 우리는 올 여름 우리를 괴롭혔던 이상기후와 전 세계 단위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산불, 그리고 스콜화 되어버린 강우현상을 버티고 있지요. 기술 세계가 미래로 달려가는 동안 다종다양한 생물체들의 생태계를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 속으로 밀어 넣는 양극화가 일어나는 것만 같습니다.
인류는 매 년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마주하는 중입니다. 매체를 통해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처럼 소비되는 이스라엘-이란 미사일 폭격부터 가자지구의 집단 기아 현상. 미국과 러시아 등의 외교 논리부터 국내 정세까지.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세계의 삶과 윤리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하는 시기에 서 있습니다.
SF의 상상력은 미래와 현실을 매개하고 오지 않거나 가지 않은 세계의 가능성을 재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올해 장편, 중․단편, 출판만화․웹툰, 웹소설, 영상 부문의 후보 작품은 총 1,028종이었습니다. SF 어워드는 스무 명의 심사위원들이 국내에서 출시된 작품들을 최대한 전수조사하는 만큼, 올해 국내에서는 약 1,100여종의 현재와 미래가 반짝였다고 보아도 될 겁니다. 다양한 매체를 가로지르며 만들어진 SF 작품들의 상상력이 모여 보다 좋은 방향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2025년 어워드를 수상한 모든 창작자분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넵니다. 올해부터 SF어워드의 상격이 변화하며 과학관 측과 운영위원분들, 그리고 심사위원분들의 노고가 많았습니다. 오늘 하루 좋은 작품과 뛰어난 작가님들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주신 분들에게도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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