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연산호
작가 소개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문피아, 2021~) 작품 소개 ‘심해 3000m 아래의 해저기지에서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주인 없는 애완 고양이와 뱀을 발견할 경우, 의식을 잃은 아이를 발견할 경우, 처음 보는 사람이 갇혔다고 도와 달라고 할 경우, 당신을 도와준 사람이 다쳤을 경우, 술 먹고 잠든 사람들을 발견했을 경우, 당신이 혐오하는 사람과 만났을 경우, 당신 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3000m 아래 해저기지에 치과의사로 입사한 지 닷새 만에 물이 새기 시작한다. 각종 사고와 재난이 벌어지는 깊은 바닷속, 등불 같은 한 사람의 이야기. 작가의 말 이런 좋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라는 작품은 선진국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하면서 자정 능력을 잃은 지구와, 그런 지구에서의 생존과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건설된 북태평양 해저기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무현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힘든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었기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해저자원 개발과 해양연구 및 인류의 거주 가능 영역 확대를 위해 이미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해저기지를 설계하고,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2030년 이후에는 해저기지를 일반인들도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될 거라 예상합니다. 그때쯤에는 현실의 두려움과 불안, 서로에 대한 혐오를 이겨내고 인종과 국가,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 협력과 공존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세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박무현의 행동들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과 출판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우수상 「합체기갑 용신병」산호초
작가 소개 둠스데이 이터널 플레인 비오브이 레이드 커맨더 역천의 발뭉 괴수 세계의 한의사 다시 쓰는 헌터사 1챕터의 고인물 합체기갑 용신병 2회차 농노로 회귀하다 작품 소개 신장 수십 미터, 무게 수천 톤 이상의 거체. 광선포와 방어막 같은 우월한 무기 체계. 기계 거수들의 공격 앞에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 변신 합체 로봇 거신병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작가의 말 변신 합체 로봇. 항상 이런 소재로 웹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랜 슬럼프 후 ‘그래, 이번엔 트렌드 신경 쓰지 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써보고 싶은 글을 써보자.’ 하여 집필한 작품이 [합체기갑 용신병]입니다. 다행히 많은 독자분들께서 좋아해 주셔서 유료연재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SF 어워드라는 이런 멋진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작품을 선정해주신 SF 어워드 심사위원 여러분, 함께 고생하신 편집자분, 항상 힘써주신 매니지먼트, 보잘것없는 저를 응원해주신 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 올립니다. 앞으로도 정진하여 더욱 재미있는 작품, 더욱 좋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태평양에서 건너 온 콜레라 걸린 산호초- |
우수상 「따개비」 레고밟았어
작가 소개 [작품] 데우스 엑스 마키나 히어로 킬러 핑크드래곤 기사단 낯선배우 벌레의 왕 파촉도피폭사 너의 SNS가 보여 주인공이 음식을 숨김 재벌강점기 닳고 닳은 뉴비 철혈검가 사냥개의 회귀 마도종가 사냥개의 회귀 따개비 작품 소개 주인공은 혼자 일하고 있는 등대지기입니다. 어느 날 그는 교대할 동료가 이상하리만치 오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낍니다. 식량이 점차 떨어져 가는 것에 고민하던 주인공은 어느 비오는 날 밤 따개비에 감염되어 이상하게 변해버린 낚시꾼들에게 쫓겨 배를 타고 근처의 섬으로 피난을 가게 됩니다. 그 섬에서 작은 여인숙 안에 고립되게 된 주인공은 여인숙 안의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이게 되고 생존자들 그룹에 끼게 됩니다. 모텔 안에서 생존자들과 식량 등으로 다툼을 벌이던 주인공은 결국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근처의 편의점과 마트에서 식량을 찾게 되고 그 도중 감염자들의 습격을 받아 가까운 학교의 양호실로 대비하게 됩니다. 이후 자동차를 얻게 된 주인공은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섬의 감염자들을 항구의 방파제로 유인하여 발을 묶어두고는 섬을 탈출하려 합니다. 하지만 감염자들은 물속에서 오히려 더욱 빨라지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고 차를 몰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밝은 음악을 시끄럽게 틀어 주목을 끈 주인공 일행은 오히려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때 엄청난 규모의 해진이 몰아닥치고 주인공 일행은 간신히 배를 타고 섬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떠나는 주인공 일행이 본 것은 섬을 덮칠 정도로 커다란 해일이었습니다. 이후 주인공 일행은 인천 송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인천은 이미 폐허가 되어있었고 주인공 일행은 그것이 일전에 몰아닥친 지진과 쓰나미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계속되는 폭우와 곳곳에 고인 바닷물 때문에 따개비에 감염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상황. 주인공은 자신의 의형을 찾기 위해 형의 주소지인 송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기와 식량을 모으고 그 과정에서 형이 부평으로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부평으로 가는 길에는 폐허와 감염자들이 득실거리는 상황. 주인공은 셀트리온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백도의 고등학교 양호교사의 도움을 받아 송도의 곳곳을 돌아다닌 끝에 1호선을 타고 폐허가 된 지하철역을 통과해 부평으로 갈 계획을 세웁니다. 이후 부평의 자취에서 형의 죽음을 확인한 주인공은 형의 딸을 발견하게 되고 조카를 지키기 위해남은 생을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작가의 말 해남은 생을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써 나가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웹소설부문 심사평
웹소설 부문 심사위원장
이지용
2019년부터 신설된 한국SF어워드의 웹소설부문 심사는 사실 도전적이고 조심스러운 작업을 병행하면서 이루어진다.우선 여타의 부문과는 다르게 심사위원들이 심사대상작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읽기를 병행하면서 깊숙하게 관여한다. 도식적으로 나뉘어 있는 장르의 구분만으로는 웹소설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SF 장르들을 추출 해내기 힘들뿐더러, 의미화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부문의 신설 이후 웹소설 심사위원들은 매 년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읽어냄과 동시에 웹소설에서 ‘SF 장르’를 규정하기 위한 고민을 수 개월 동안 진행하게 된다. 특히 웹소설에서 SF는 주류장르가 아니라는 인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SF의 장르적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의미부여 하는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한국 문화의 장(場) 내에서 SF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웹소설이 시장성을 가지고 있는 소비재로서의 가치부여 외에도 문화예술 장르로서의 다양한 의미들을 밝혀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4년째 이어지는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웹소설에서의 SF 장르는 광의의 의미로부터 좀 더 장르적 가치가 있는 지점들이 무엇인가를 탐색하고, 그것이 작품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확인하는 일종의 연구사적 가치를 내포하게 되었다. 특히 올 해에는 그러한 탐구의 전환점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귀중한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우선 과학과 미래라고 거칠게 정리될 수 있는 SF의 소재적이고 주제적인 지점들을 지나치게 도구적으로만 사용하거나 도식적으로 사용한 작품들은 제외하고 나서도 충분히 많은 수의 작품들이 SF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동안 게임세계(관)이나 오버테크놀로지의 외형만 갖추었을 뿐 판타지의 장르적 특징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서사를 전개하거나, 로봇이나 외계인을 비롯한 SF에서의 캐릭터들을 활용했음에도 그 특징이 이형(異形)의 존재에 머물고 장르적 개성을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는 과감하게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본심대상작으로 선정한 열 작품은 각각 SF가 가지고 있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가 작품 내에서 흥미있게 진행된 작품들이었다.
이들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된 본심에서 최종적으로 선정된 세 편의 작품들은 각각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2020년대 한국 웹소설의 SF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앞으로의 가능성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연산호 작가의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웹소설에서 새로운 시도들과 과감한 실험들이 가지는 가치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웹소설에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공식처럼 여겨졌던 지점들을 다소 비껴나가거나 소위 유행에 충실하지 않은 모습을 하지 않아도, 독자들을 흡인력있게 붙잡아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웹소설에서 추상의 공간으로 머물렀던 우주나 미래의 모호한 이미지들을 과감하게 전환하여 해양적 세계관이라는 인류가 지난 역사에서 한 번은 경험해 왔던 공간에 새로운 해석과 사고실험들을 덧씌움으로써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데서 호평을 받았다. 아직 완결이 되지 않은 작품이긴 하지만 현재 구축해 놓은 세계와 그 안에서의 이야기 전개의 능숙함 덕분에 수상을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레고밟았어 작가의 「따개비」역시 이러한 지점들이 나타났다. 좀비물이 가지고 있는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와 공포의 메타포들을 바다와 그것을 근간으로 형성되는 설정으로 생경하게 만들어낸 이 작품은 웹소설의 기존 문법과 공식들을 충실하게 구현하면서도 배경과 설정의 시선의 차이를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공포물에서의 긴장감을 조율하고 회차별로 진행하는 필력의 능수능란함으로 인해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작가가 제공한 세계에서의 긴장감이 충분히 유지되었다. 또한 제목에서부터 유추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은 이후 영상화 등에 대한 서사의 확장도 기대하게 만드는 장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던 작품이었지만, 기존의 웹소설 공식에서 조금 벗어났음에도 완성도를 높여준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 올 해의 심사기준에서 의미를 실어주기로 했을 뿐, 각자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완성도는 차이가 없었다.
산호초 작가의 「합체기갑 용신병」은 SF 장르의 대중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매카닉물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최종수상작 중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지만, 이 작품에 수상을 결정한 것도 그와 같은 의미 때문이었다. SF 장르 중에서도 로봇은 그 용어의 시작을 만들어 낸 것과 같이 의미있는 위치를 만들어 내왔는데, 대중적인 성공의 형태 중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메카(メカ)물의 그동안 한국의 웹소설이나 장르소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웹소설의 서사 길이와 템포에서 메카물의 사건 전개를 흥미롭게 그려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도만으로도 큰 의미를 만들어 내는데, 「합체기갑 용신병」은 연출 등의 완성도 역시 견지하면서 한국 웹소설 장르 스펙트럼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씹스틱 작가의 「스피어 앤 민트」와 네르시온(네륵) 작가의 「바이오 쇼크」 역시 마지막까지 수상을 고민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그동안 웹소설 부문 심사에서 꾸준히 퀴어관련 장르나 성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특유의 장르성들로 인해 완결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최종수상작 선정 여부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완결성이나 작품성과는 별개로 이번에는 웹소설 SF 장르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심사위원들이 합의를 하면서 해당 작품들을 선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올 해의 심사기준에 의한 것일 뿐 작품의 매력이나 완성도에 대한 판단은 아니었다. 해당 작품들 모두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서술의 힘으로 인해 만들어내는 사건들의 조응이 인상적인 작품들이었다.
2022년 한국 SF 어워드 웹소설 부문의 수상작들은 새로운 시도와 과감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메카물에 대한 시도와 해양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보여준 성과는 이후로도 하나의 의미로 남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과 그에 대한 의미부여들이 이후로도 한국 SF 장르와 웹소설 영역에서 새로온 가치와 필요들을 생산해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이렇게 새로운 시도들을 과감하게 해내며 작업을 이어가는 수많은 작가 님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물론 수상을 하신 세 분의 작가님들에게 무엇보다 감사드린다. 덕분에 몇 개월 동안 가슴 뛰고 머릿속에서 새로운 감동들이 창발하는 소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웹소설 부문 심사위원
북마녀
SF어워드 2022 웹소설 부문 심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우를 언급한다면, 웹소설로서는 무척 재미있는데 SF로서의 가치는 부족한 작품을 만났을 때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힘들었던 경우는 소재나 흐름에서 SF의 성향을 갖추고 있지만 스토리 자체의 재미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작품을 접했을 때였다. 이런 작품들은 아쉽게도 후보군에서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는 SF어워드에 ‘웹소설’ 부문이 생긴 이래 매년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골머리를 앓는 사안이다. SF의 클리셰라 할 수 있는 소재나 배경을 활용하고 있어 후보작에 올랐으나 실제 스토리의 흐름에서 그야말로 ‘소재와 배경’에 불과하다면, 아무리 작품성이 높고 재미가 있더라도 이 작품을 SF소설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세계관이 아무리 흥미롭다 하더라도 아포칼립스로 시작해서 정치물에 더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SF적 소재가 성애 장면을 위한 장치로서만 활용될 경우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들다. 또한 웹소설의 스테디셀링 소재인 게임 역시 기존의 게임판타지를 벗어나 조금 더 다채로운 방향으로 발전하는 통에 이것은 SF로 봐야 하는 건가 빼야 하는 건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리하여 올해 역시 후보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계속되었다.
속칭 ‘어바등’으로 불리는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한국 근미래의 국제해저기지를 배경으로 하는 재난물이다. 사실 이 작품은 소재와 배경, 작법 등에서 웹소설 독자들에게 낯선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실상 웹소설 시장에서 성공의 법칙이라고 알려진 특유의 속도감을 조금 빗겨가는 작품이지만, 순식간에 빨려드는 필력으로 이를 이겨냈다.
웹소설 시장의 특성상 SF는 판타지 안에서도 아직까지 마이너 소재에 속한다. 그렇다 보니 SF물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의 성공은 놀랍기도 하거니와, SF가 웹소설 시장에서 어떻게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수상으로는 「따개비」, 「합체기갑 용신병」을 선정하였다. 「따개비」의 경우, 최종심에서 대상작으로 올릴 고민을 했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배경과 소재, 그리고 스토리의 진행 흐름까지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극한의 공포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특히 웹소설의 문법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SF의 특성을 갖추고 있어 점수를 크게 주었다. 또한,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작가 스스로 한 단계 더 발전을 이루어낸 작품으로 판단된다.
「합체기갑 용신병」의 경우, 메카닉물의 구현이 생각보다 자주 시도되지는 않았기에 그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전투 장면과 스토리라인을 고급스러우면서도 현실감 있게 연출하여 메카닉 장르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끝으로 수상작에 들지는 못했으나 인상 깊었던 작품을 몇 종 언급해 볼까 한다. 현재 웹소설 시장의 특성상 여성향 장르에서 SF물이 크게 성공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여성향에 속하는 BL 작품 「스피어 앤 민트」, 「바이오 쇼크」가 스토리 자체의 재미와 탄탄한 완결성으로 마지막까지 각축을 벌였다. 또한 「멸망했어도 쌀밥이 먹고 싶다」역시 로컬라이징된 소재의 특수성이 아주 신선했던 작품이다. 자칫 진지하고 시니컬한 분위기로만 흐를 수 있는 배경의 제약에 발목 잡히지 않고 통통 튀는 문체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점수를 크게 주었다.
그간 웹소설 시장의 판타지와 현대판타지 카테고리에서 감염병, 그리고 감염병에 의해 만들어지는 괴물 등의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과장을 보태자면, 웹소설 시장은 지난한 코로나 시국을 다양한 아포칼립스물로 견뎌 왔다. 다만 아포칼립스 소재라고 해서 전부 SF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에 후보작 선별 단계에서 심사위원의 고충이 좀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공교롭게도 이번 심사기간 내내 지역 불문 태풍과 홍수로 초토화되는 광경을 간접체험해야 했다. 후보작으로 올라온 재난물을 읽으며 창문을 두드리는 거센 빗소리를 듣는 동안 공감각적인 공포감이 밀려왔다고나 할까. 뽑고 보니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수상작에 연달아 오른 점도 상당히 흥미롭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근원적인 두려움을 안기는 존재다. 어쩌면 SF는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인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수상한 작가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앞으로도 웹소설 시장에서 더 멋진 SF 작품이 꾸준히 등장하길 기대한다.
웹소설 부문 심사위원
손진원
SF어워드 웹소설 부문의 심사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게 되는 문제는 단연 ‘웹소설 안에서 SF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의미화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이는 웹소설이라는 장르/매체가 다양한 장르들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이리저리 섞고 반복-변주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매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논제라고 생각한다. 웹소설 부문의 작품 리스트와 수상작 선정의 결과물들은, 결국 ‘SF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부딪치는 과정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SF란 무엇인가.’, SF를 읽는 독자라면 누구든 이 질문에 대해 나름의 대답을 세워두고 있을 것이 분명하고,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이것이 웹소설의 일부 작품을 마주했을 때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해마다 웹소설 부문 리스트업을 할 때마다 적혀 있는 문구, ‘과학기술(테크놀로지)이 주요 소재로 쓰이거나 전체 세계관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 이야기’라는 제한을 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거나 오버 테크놀로지를 간단한 소재 차원으로 사용하는 작품도 많았고, 과학사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일 법한 작품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작품을 ‘2022년 SF 어워드 웹소설 부문’의 심사 대상작으로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작품 내에 등장하는 어떤 ‘SF적 요소’만을 가지고 그 작품을 ‘SF 웹소설’이라고 명명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과학적 소재를 단순히 ‘컨셉’ 정도로 사용하는 작품들, 올해는 구체적으로 스팀펑크, 대체역사, 가이드버스, 오메가버스, 헌터물(레이드물), 게임판타지 등의 키워드로 판별되는 작품들이 SF 웹소설 심사 대상 리스트에서 대다수가 제외되었다. 스페이스 오페라, 아포칼립스 등 뚜렷이 SF 장르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에도, 마법적인 요소가 크게 더해지거나 SF로서의 작품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큰 점수를 받지 못했다. 본선에 진출한 10개의 작품에서도 위의 원칙은 공통으로 적용되었다. 게임 시스템과 같은 오버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작품들에서 그 세계를 지탱할 수 있는 SF적 상상력의 불완전성이나 클리셰적인 처리, 세계관의 주요 요소가 마법적인 것으로 뭉뚱그려 처리된 경우에는 SF라는 장르적 독창성과 구성력의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최종심 과정에서 많이 언급된 작품은 총 다섯 작품이었다. 먼저 「스피어 앤 민트」와 「바이오 쇼크」는 BL작품으로, 수상작을 꼽는 데 있어서 마지막까지 고심한 작품들이다. 예심부터 BL 및 로맨스 판타지에서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 배경의 작품이 유독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바이오 쇼크」가 거듭해 언급되었다.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를 그리는 작품은 꾸준히 있었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올해도 많았다. 그래서 작가의 개성이 오히려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SF라는 장르적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바이오 쇼크」가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스피어 앤 민트」는 안드로이드가 상용화된 미래, 안드로이드보다 더 ‘값싼’ 취급을 받는 인간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몇 편 더 있었는데, 「스피어 앤 민트」는 그 메시지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작가적 개성과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 생각했다. 우수작 선정과 관련해서 이 두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개성이나 작품 내 세계관의 견고함이 좋았다. 그러나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나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었다.
「합체기갑 용신병」은 웹소설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은 기갑물, 메카닉 장르다. 거대 로봇에 대한 독자들의 로망에 부흥하는 작품이었으며, 에피소드 전개가 시원하고 영웅적 주인공의 성장 서사도 좋았다. 「따개비」는 기존의 좀비물에 ‘따개비’라는 신선한 소재를 매우 잘 사용한 작품이었다. 「따개비」는 재난 앞에 무력해지거나 악해지는 인간 군상은 물론, ‘따개비’, ‘갯강구’ 등의 소재들을 활용하면서 특유의 눅눅한 분위기를 잘 그려냈다. 무엇보다 생존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과 전율을 능숙하게 표현했다. 「합체기갑 용신병」과 「따개비」 두 작품 모두 웹소설이라고 하는 장편 연재 형태의 구조와 호흡에 익숙한 작가들의 노련함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반면,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현재 웹소설과 전혀 다른 호흡을 지닌 작품이다. 초반부에서 작품의 주요 소재와 사건을 터뜨리는 지금의 웹소설과 비교했을 때 다소 느리고 지루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호흡 덕분에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를 충분히 펼쳐낼 수 있었다고 본다. 웹소설에 대해, ‘비슷한 구조, 똑같은 인물형만 등장하는 양산형 작품만 있다’고 말하는 주장에는 늘 동의하지 않았는데, 아마 이 작품이 가장 강력한 예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해저에 대한 인간 고유의 호기심과 SF적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재난을 마주한 인간상에 대한 입체적 표현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었다.
웹소설 부문 심사위원
이융희
올해 SF어워드 웹소설 파트 심사에서 가장 고심한 것은 무엇을 SF/웹소설이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지점이었다. SF라는 장르의 특징과 형식미를 강조하는 동시에, 그것이 단순한 탬플릿으로 그치지 않길 바라며 서사적 완결성이 잘 드러난 작품에 고심했다. 동시에 ‘웹소설’이라고 하는 장르-매체적 특징을 위해 시장과 독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균형을 찾고자 했다.
SF어워드에서 웹소설 분야가 신설된 것도 4년이 지났다. 판매량이라는 상업 지표 바깥에서 웹소설의 가치를 논할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의 등불 하나가 밝혀진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서 후보작을 선정할 때부터 고심이 깊었다. 상업적으로 좋은 성공을 거둔 근미래 배경 작품은 많았다. 각종 과학적 요소나 과학사, 또는 우리 도처에 위치한 과학을 이야기한 소설도 많았으며, 스페이스 오페라, 사이버펑크나 스팀펑크, 메카닉과 초인, 좀비 아포칼립스 등 SF 하위범주 소설도 다양했다. 역량이 닿는 한도에서 이 모든 소설을 검토하면서 끊임없이 진행한 것은 ‘이것들’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가? 하는 지점이었다.
SF가 무엇인지에 대한 추상적 정의를 내리기는 무척 난해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내려진 정의 안에 개별 작품이 포함될 수 있느냐/없느냐를 다시금 점검하는 것 또한 매우 고된 작업이다. 현재 한국의 웹소설에서 유통되는 모든 장르는 완결적인 구조로서 성립하기보단 끊임없이 코드와 해시태깅 단위로 해체되고 있다. 작가나 출판사, 플랫폼이 제시하는 탑다운 형태의 규칙은 벗어난 지 오래이며, 오히려 독자들이 특정 텍스트와 텍스트군을 소비하는 방식이 텍스트의 장르를 규정하곤 한다. 즉, 어떤 작품이 SF 웹소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텍스트 내부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의 성질을 살피는 것과 함께 독자들은 이것을 무엇으로 여기는지 두 가지 레이어의 질문에 각각 답하는 과정이 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질문의 답이 상호 충돌한다는 점이었다.
시장의 웹소설 독자들은 아주 넓은 스펙트럼으로 SF를 받아들인다. 마법적 환상으로 가득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사도 SF로 여기는 한편, 아주 엄밀한 현재의 기술이 등장한 작품을 SF적이지 않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데 묶어 모든 것이 SF라고 선언하는 것은 분명 웹소설 내부에서 SF가 보여주는 하나의 운동이자 선언이 될 수 있겠으나, 그것이 ‘2022년 SF어워드 웹소설 부문의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도로 진행되는 것이 옳은가?’란 질문엔 물음표가 찍힌다. 지금은 보다 환상적 기호들에서 ‘SF’라는 형상을 추출하는 것에 집중할 때처럼 보이는 탓이다.
그렇기에 이번 심사의 기준은 SF라는 개념과 웹소설이 어떻게 합치되는지 그 고민을 제대로 끝낸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과학적인 요소나 미래의 기술들을 단순 구현하는 것으로 그쳐, 그 요소들이 이 세계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논리적 인과를 떠올리기 힘든 작품은 낮은 점수를 배점할 수밖에 없었다. 장르문학은 관습으로 이루어지는 창작이며 웹소설은 그러한 관습이 고도화된 곳이긴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왜?’라 묻고 답한 아름다운 흔적들이 매우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과학적 질서와 법칙,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서사를 공급자와 수용자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기존의 웹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느린 호흡과 템포를 갖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웹소설’이란 이름의 법칙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진화의 가능성을 엿보아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우수작은 「따개비>와 「합체기갑 용신병」을 선정했다. COVID-19 사태 이후 감염과 질병을 이미지화된 괴물로서 표현하는 작품이 늘어난 가운데 ‘따개비’라는 생물체의 특징을 가지고 와 한국적으로 녹여낸 「따개비」는 한국적인 로컬라이징과 과잉되지 않은 설정과 서사, 연출 가운데 웹소설이라는 문법으로 작품을 고도화한 수작이었다. 대상작인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와 두 가지를 놓고 오래 고심했으나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서 구현된 세계의 애정과 시선이 더 넓었던 만큼 이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합체기갑 용신병」은 웹소설에서 간간이 구현된 ‘메카닉’이라는 작은 장르를 흥미롭게 구현한 소설이었다. 마법적인 능력이 가미돼 엄밀한 SF로 보기 힘들 경우도 있겠으나 향후 SF어워드에서 웹소설 파트를 선정할 때 너무 ‘과학적’이나 ‘기술적’이라는 템포에 얽매이지 않고 지평을 넓혀나갈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스피어 앤 민트」나 「바이오 쇼크」 두 작품은 우수작 선정을 놓고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두 작품 모두 문체가 유려하고 나름의 세계관 속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려는 목적의식과 작품의 완결성도 뚜렷했기 때문이다. 두 작품이 선보인 가능성을 놓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면 조금 더 설정을 밀어붙여 보다 독창적인 은유로서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천과학관 2022어워드 부서 : sfaward2022@gmail.com SF어워드운영위원회 : koreasf.award@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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