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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SF어워드 (2024)

제11회 SF어워드 출판만화·웹툰부문 수상작 및 심사평

대상 <태시트> 김다찌

작가 소개

네이버 2020 지상최대공모전 장려상 (태시트)

 

작품 소개 (줄거리)

좀비 바이러스를 내뿜는 오염물질로 인해 세계가 멸망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염물질을 이용해 기술을 발달시켜 안전구역을 만든다. 안전구역 중 한 곳인 ‘아미나’에 살고있는 루비와 일행들이 망가져 버린 세상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며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다.

 

수상소감

생각지도 못한 멋진 상과 멋진 자리에 초대받게되어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생긴다면 더 SF다운 작품으로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많은 독자분들이 SF의 매력을 느끼고 찾아봐주실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수상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 1> 산호

작가 소개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그림 속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한국 콘텐츠 진흥원장상)
지역의 사생활 99 - 부산 <비와 유영> (오늘의 우리만화상)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 1> (한국여성만화가협회 올해의 여성만화가작품상)

 

작품 소개 (줄거리)

거대한 유기체로써 순환하는 자연에서 힘을 얻는다는 설정으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마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분별한 개발로 마름병을 앓는 마녀들. 사랑하는 존재들이 파괴되고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며 서로를 돌본다.

 

수상소감

안녕하세요,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를 쓰고 그린 산호입니다. 

SF어워드를 수상했다는 사실이 단순히 기쁜 것 이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릴 적 제 세상을 구성하던 공상 세계의 대부분이 SF소설들에서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중학교 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접속된 소녀>를 읽고 어딘가가 이상해진 나머지 글과 그림을 하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에 상을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보다 그 산을 밀어 만든 골프장을 더 사랑하는 사회에 분노해서 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더 길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SF라는 장르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배경이라고 하면 역시 아포칼립스가 아닐까 싶은데, 올 여름 모두가 그 진입로 안쪽에 서 버린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삶은 끝나지 않겠지요. 
결국 우리는 여전히 그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를 시작하고 또 갈무리했습니다.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을 즈음에는 이 만화의 완결권인 2권의 탈고가 마무리되었을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뭉치의 원고를 다듬고 엮어 세상에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것은 이 소감을 읽어주고 계실 들녘의 이수연 편집자님이십니다. 자신의 문장을 정확하게 들여다보아 주는 편집자를 만났다는 것은 작가로서 두 번 만나기 어려운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렇게 멋진 작품들, 작가님들과 함께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저 역시 계속 쓰고 그리며 이야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수상 <남산도서관 환생북클럽> 송송이

작가 소개

웹툰 <해오와 사라> 완결. 2019년 9월 24일~2021년 6월 22일, 카카오 웹툰.

 

작품 소개 (줄거리)

1999년에 남산에서 죽은 ‘썸머’.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감정을 느끼면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협동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환생을 하고싶은 썸머는 도서관 사서인 ‘준하’와 ‘남산도서관 환생북클럽’ 모임을 만들어 환생을 계획한다.

 

수상소감

안녕하세요, <남산도서관 환생 북클럽>을 그린 송송이입니다. 이 웹툰을 그리며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작품이 완결날 즈음에 수상 소식을 듣게 되어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 초롱이, 친구들, 그리고 인영이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빠, 아빠에게서 어린 시절에 스타워즈 3, 4, 5편을 반복 시청하는 조기 교육을 받은 덕분에 이렇게 SF 어워드까지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천체 물리학자였던 아빠는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라는 말을 좋아하시진 않으실 것 같은데 그래도 어디선가 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만화·웹툰부문 심사평

· 출판만화·웹툰부문 심사위원장 홍난지

SF 장르만을 시상하는 SF어워드가 열한 번째 개최되고 있지만 웹툰 플랫폼에서는 판타지 장르에 섞여 따로 구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SF 장르에 대한 애정을 갖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는 작가님들의 창작활동에 감사함과 감격스러운 감정이 교차합니다.

심사하며 가장 걱정했단 것은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수많은 작품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장르 구분도 명확히 되지 않는 실정에서 작가의 애정만으로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된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장르의 만화를 볼 수 없게 될까 걱정됩니다. 그건 SF를 사랑하는 우리에게 아포칼립스와 같은 상황일 겁니다. 출판만화·웹툰부문에서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하지 못했지만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은 <불공정 게임>(엄세윤, 봉봉)이 수개월째 휴재하고 있어 지속가능성을 더 생각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2016년부터 연재 중인 <본 투 헤이트 유>가 앞으로도 힘을 내서 하려던 이야기를 잘 마무리 짓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도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SF어워드 덕분에 매년 SF 만화를 큐레이션 할 수 있고 애정을 가진 작가님들이 분투와 그리하여 꽃피운 작품을 즐겁게 찾아 읽는 독자님들이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걱정이 또 하나의 희망을 확인하는 상상에 그치고 희망은 현실이 되길 바랍니다.

올해 수상작들은 모두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천착한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에 얽히고설킨 관계가 나타나는 게 당연하지만 <태시트>(김다찌),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산호), <남산도서관 환생북클럽>(송송이)에서는 남들과 다른 내가 수용되는 과정을 과학적 상상력에 기대어 풀어가며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바이러스로 오염된 세계, 더이상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주지 않는 환경, 시스템이 허용하지 않은 존재가 겪은 무자비한 사건들은 <태시트>와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 <남산도서관 환생북클럽>이 각각 내재한 세계관입니다. 흥미롭게도 각 세계관은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작동합니다. 또 주인공들이 맺는 관계와 그들이 극복하려는 관계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다룹니다. 미스터리한 백발 소년 아르반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친구들을 구하려 했던 로반, 소리 없이 사라진 엄마들과 살아남은 아이들, 바라던 꿈을 이루지 못한 썸머와 겨울이가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하는 세계와 사람들에게 수용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들이 앞으로 바라는 행복을 위해서 서로를 믿고 연대하고 돌봐야 한다는 것도 마치 한목소리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SF 장르의 지속가능성은 여기에 있을 겁니다. 우리의 미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는 점에서요. 교과서처럼 틀에 박힌 언어가 아니라 온갖 상상이 어우러진 낯선 세계에서 오히려 우리의 삶을 세밀하게 조망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우리의 삶에 무한한 에너지를 주는 작품을 만들어주신 작가님들, 특히 2024년 SF어워드 출판만화·웹툰 부문에서 수상하신 <태시트>의 김다찌,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의 산호, <남산도서관 환생북클럽>의 송송이 작가님께 진심을 담아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 출판만화·웹툰부문 심사위원 곽영진

여전히 SF는 변방의 장르인 듯 보인다. 다양한 해시태그를 가진 작품들 중 ’SF‘라는 구분은 어렵다는 이유로 독자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 멋진 작품들이 그러한 편견으로 인해 외면받는다면 꽤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2024 SF어워드가 멋진 작품들을 이끌고 돌아왔으니 이미 장르안에 포섭되었든 그렇지 않든 모든 이들에게 이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원한다.

대상을 차지한 김다찌 작가의 <태시트>는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완성도 높은 작화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이미 익숙한 장르지만 낮은 채도로 일관성있게 표현한 추운 겨울의 분위기와 다양한 세대로 편성된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설정이 단단하게 이루어져 이야기로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매주 마감을 해야하는 웹툰의 특성상 작가의 작업량은 상당할 수 밖에 없는데, 높은 밀도의 비주얼적 완성도는 이 작품의 또 하나의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산호 작가의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는 오랫만에 만나는 출판만화 작품이다. 기후위기와 식량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 또한 낯설지 않지만 자연과 긴밀한 유대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마녀’의 등장은 삶의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묵직한 주제에 걸맞은 진중한 이미지는 출판만화와도 잘 어울리는 결과물이 되었고, 간만에 종이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 아직 1권이 출간된 상태며 포스타입에서 비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지만 이후의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송송이 작가의 <남산도서관 환생 북클럽>은 사고로 죽은 주인공이 유령이 된 채 남산도서관을 떠돌며 자신이 죽게 된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90년대의 감성을 잘 살려낸 설정과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구성에 가미된 약간의 개그 터치, 현재와 과거를 이어나가는 이야기 구조는 흥미진진하다. 작품이 가진 드라마성에 비해 SF적인 장르성은 약간 떨어지지만 이야기가 가진 힘은 독자로 하여금 어느새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든다. 완결이 머지 않은 듯 한데 잘 마무리가 되면 좋겠다.

아쉽게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수작들도 만날 수 있었다. 엄세윤, 봉봉 작가의 <불공정 게임>은 인공지능 판사인 ‘이브’가 법의 테두리안에서 처벌 불가능한 악인들을 처단하는 내용으로 속도감있는 사건 전개가 인상적이다. 픽션이지만 지금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은 설정과 서바이벌 게임 류의 전개는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다만 휴재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빠른 연재재개로 내년의 어워드에서도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 올해는 특히 출판만화의 약진이 돋보이는데, 변병준, 김성철 작가의 <여름로봇캠프>는 아름다운 그림과 시적인 대사가 기억에 남는 종이책 작품이다. 원작인 애니메이션 <로보99>를 변주한 설정은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 변병준 작가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투명한 슬픔의 정서가 잘 살아있으며 인간과 로봇의 관계, 상처입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잘 표현되어 있다. 제이군 작가의 <본 투 헤이트 유>는 불사가 된 인간들이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세대간 차별에 의한 전쟁을 치루게 된다는 스토리다. 어른들이 이미 차지한 세상에 아이들이 발 디딜곳은 없고, 치열한 생존경쟁만이 존재하게 된다는 설정은 지금을 사는 청년세대의 절망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전수조사로 이루어지는 어워드의 특성상 심사대상이 되는 작품을 모두 찾아내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쉬운 일이 아니다. 운영진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우리의 시야와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작품을 세상에 보내준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광활한 SF의 생태계에서 그들이 발사한 찬란한 신호를 수신하는 것이다. Have a nice time!

 

· 출판만화·웹툰부문 심사위원 이재민

SF의 미덕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과학기술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확장’은 ‘진화’와 마찬가지로 어떤 가치판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때로는 이상적이고 희망찬 세계를, 종종 디스토피아로 확장하는 세계를 그리기도 한다. 그리고SF의 또 한가지 미덕은 ‘과학’이나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그걸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묻고 탐구한다는 점이다. 이런 탐구의 과정을 거쳐 만화의 아름다움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고양감을 준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최종 후보작을 가리고 수상작을 결정하는 과정, 그리고 수상의 순위를 가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작품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심사위원이기 이전에, 내 마음을 흔드는 작품에 눈길이 가는 출판만화와 웹툰의 독자이자, 취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재중엔 감춰져 있던 매력이 완결을 통해 재발견되는 작품도 있고, 너무나 매력있지만 연재가 오랫동안 중단되어 아쉬운 작품도 있었다.

심사위원간의 토론과 논의를 거쳐, 올해도 세 수상작이 결정됐다. 김다찌 작가가 매력적인 작화, 그리고 전작에서도 보여준SF적 세계관을 통한 설득력이 강한 매력으로 작동했다. 또한 산호 작가의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는 산호 작가가 보여주는 단단하고 아름다운 그림은 물론, 현실의 문제와 닿아있는 고민을 통해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송송이 작가가 연재중인<남산도서관 환생북클럽>은SF를 통해 세대간의 문제와 현실의 이야기를 울림 있게 전달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만화의 즐거움이 극대화되는 장르는 언제나SF였다. 앞으로도 이런 즐거움이 가로로 넘기는 출판만화, 스크롤로 즐기는 웹툰의 세계에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koreasf.awar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