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 흉적
작가소개
[대표작]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2020)
작품소개
인류는 지구를 벗어나 은하계로 퍼져나가며 인류 연방을 결성했다. 주인공 빈우는 자신을 클론으로 알고 있으며 동료 클론들과 함께 개척행성의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다. 하지만 인간을 공격할 수 없는 클론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개척민들을 공격하게 되고, 사건 후 빈우는 자신의 정체가 인간, 그것도 인류 연방군의 정보국 장교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일에서부터 시작해 그는 인류의 미래가 걸린 대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 들어가게 되는데.
우수상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 FromZ
작가소개
[대표작] 괴수세계의 용병(2020)/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2020)/ 내 아이들이 우주에 들끓는다(2020)
작품소개
때는 2598년. 기술만능주의시대. 대기업의 비밀프로젝트로 초월적인 인공지능을 완성해냈다. 하지만 완성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상을 적으로 돌리고 말았다.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언젠가, 세상이 내려다보일 때까지.
우수상 [함장에서 제독까지] Havoc
작가소개
[대표작] 함장에서 제독까지(2020)/ 수호룡과 거짓의 황녀(2019)/ 영원의 요람(2019)
작품소개
제국의 망명자 출신의 대위 김현성, 그에게 예상치 못한 초계함의 함장직 제의가 온다. 이를 받아들인 현성은 사소해 보이는 초계 임무 중 전면전과 맞닥뜨리게 되고, 불리한 상황을 해쳐나가기 위해 발버둥치게 된다.
웹소설 부문 심사평
웹소설 부문 심사위원장
손진원
작년 SF어워드에서 웹소설 부문이 신설되어 올해로 두 번째 심사가 진행되었다. 작년에 비해 후보작의 작품수가 많아진 편이지만, 그만큼 좋은 작품이 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물론 수상작과 관련한 심사위원 세 명의 의견이 거의 비슷했지만, 후보작의 리스트업과 본심 진출작을 가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현재 웹소설 시장의 특징과 맞물려 리스트 업이 어려웠던 부분도 있다. 웹소설 플랫폼이 십 여 개나 되는 것도 모자라,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판사 혹은 플랫폼과 계약한 기성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해도, 과거에 종이책 출간된 작품들을 웹 연재 형태로, 혹은 기존 웹 출간작이 다른 플랫폼에 재출간되는 등 심사 후보작 리스트가 번번이 수정되어야만 했다. 작년부터 샅샅이 리스트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독자와 작가들의 제보가 매우 소중하고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SF어워드는 물론 웹소설 부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보작 리스트에서는 게임 판타지와 BL 작품의 비중이 높았다. 게임 판타지 장르는 하이테크놀로지를 통해 사용자(작품의 주인공)가 가상세계에 접속, 신체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시스템을 통해 게임 속에서 활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이 접속한 가상세계는 ‘유사 중세 유럽’ 배경, 즉 검과 마법, 초월적 존재가 난무하는 세계로 기존 판타지 장르가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세계관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즉, 심사 대상에 올리기에는 SF적 상상력이 부족했다. 이런 작품들을 대부분 걷어냈음에도, 여전히 가상 세계에서 겪는 체험은 특수한 직업과 아이템, 스킬, 레벨 시스템과 같은 현재의 온라인 게임 시스템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설정이 다수였다. 게임이라는 테크놀로지 자체에 대한 관심이랄지, 테크놀로지가 활용되었을 때 인간의 삶과 의식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충분한 고민과 설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본인의 개인적인 바람이었지만 사실 BL, 로맨스/로맨스판타지에서 다수의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섹슈얼리티 문제가 어떻게 변동할 것인지, SF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작품이 분명 나타나리라 믿었다. 특히 꾸준하게 SF 소재들을 사용해온 BL은 후보작 리스트에도 상당한 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다른 심사위원들과 함께 공감했던 것은, BL 작품 후보작들에서 구현해 낸 SF적 설정이 섹슈얼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 조형에만 그치는 형태로 기능해 인물이 대상화 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SF 소재를 통해 인물을 대상화하는 경우는 비단 BL이나 웹소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작년 심사할 때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현재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SF장르를 따로 구분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시장에 민감한 웹소설 작가들은 플랫폼 카테고리에 통용되는 장르 글쓰기를 요구 받는 상황이다. 결국 타 장르의 관습이나 웹소설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SF의 미학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SF적 상상력이 작품의 배경과 인물 간 관계 등 세세한 부분에서 영향력을 끼치면서도 웹소설의 형식에 적응하며 긴 시간의 장편 연재 흐름을 잘 이끌어 낸 작품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지점들을 고려하여 후보작 내에서 본심 진출 작품들을 심사하게 되었다.
파괴적인 재앙 속에서 소수의 인간이 다수를 통치하고 억압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그려낸 <다이얼 어 테일>은 완성도가 훌륭한 작품이었다. 문명을 이어나가는 것을 포기한 분서갱유의 과정에서, 다수의 인물들이 무너지고 잊히게 되는 아픔을 그려내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SF적 상상력이 전체 서사의 맥락과 매우 긴밀하게 엮여있지 못해 결국 최종심에 오르지 못했다. 본심 진출 작품 중에서 <철수를 구하시오>는 SF어워드 이전부터 크게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초반부의 속도감 있는 전개랄지, 같은 반 친구이자 미래의 동료들과의 관계 등 앞으로의 서사 진행에 대해 기대할 만한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서사의 흐름이 다소 흔들렸다. 가장 처음에 던졌던 아이디어, 메시지가 작품 전체를 관통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부족해 아쉬웠다. <미연시 시스템도 고생합니다>는 무척 흥미로운 작품으로 마지막까지 최종심에 올리느냐 마느냐, 고심했던 작품이다. 어떻게든 게임을 살려내려는 관리자 AI 주인공의 고충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개발자 농담’ 스타일의 문체와 흐름도 좋았다. 새로운 차원의 섹스씬(?)에서는 경이를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초반의 ‘크레이지’한 매력 이후, 작품 중반부부터는 섹스를 위한 섹스가 나열되며 그 매력도가 감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합하자면 서사적으로는 장편 연재 흐름을 끝까지 유지하며 그 완성도를 높인 작품, 그리고 SF적 상상력이 주가 되는 작품이 최종심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본선에 진출한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면 미래 세계, 특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다수였다. 작년의 경우, 단편적인 이미지와 사건들을 덧붙인 스페이스 오페라의 작품들에 아쉬움을 호소했는데 이번에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SF적 상상력을 토대로 각종 디테일이 상당해 심사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특히 우수작으로 꼽은 <함장에서 제독까지>는 완성도 높은 스페이스 오페라였다. 주인공이 ‘강습장교’ 출신의 우주함대 함장이라는 컨셉이 호쾌함을 더함과 동시에, 유전자 조작에 대한 이슈를 포함한 연합과 제국의 대치상태 등 우주 배경의 액션과 전쟁이 진지하게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웹소설에서 흔히 요구되는 주인공 중심의 서사에, 이미 뛰어난 주인공이 더욱 성장하는 내용까지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펼쳐낸 작품이었다.
웹소설에서 인공지능은 만능 치트키와 비슷하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우월한’ 테크놀로지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스토리는 많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굳이 마법을 쓰지 않고 SF의 소재를 썼다면 테크놀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는 ‘인공지능의 진화’를 토대로 오버 테크놀로지의 개입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파장과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제를 끝까지 끌고 나간 작가의 뚝심이 돋보여 우수작으로 결정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대상작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은 SF의 미학인 경이감을 웹소설적으로 잘 구현해낸 작품이었다. 가령 주인공은 우주 연합 정보국 소속, 클론 부대 출신이자 PTSD를 겪는 인물이다. 주인공 중심의 웹소설 서사에서는 분명히 환영받지 못할 만한 요소와 서술적 트릭을 가지고 있음에도, 작가는 기발하게 다음 편을 ‘읽을 수밖에’ 없도록 서사를 배치했다. 웹소설과 같이 긴 호흡을 가진 서사일수록 그 흐름을 중후반부까지 확실하게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이 중요하다.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은 그 동력이 매우 강력한 작품이었다. SF적 소재가 미래 시대 정보국 요원을 둘러싼 두뇌 싸움, 외계 종족에 대한 상상력, 고도로 발달한 군사기술 등 작품 전반에 자리를 잡고 있어 SF어워드의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 웰메이드 작품이었다.
총 심사위원장 / 웹소설 부문 심사위원
이지용
‘웹소설’에서 SF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웹소설 분야에서 SF 장르를 구분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심사를 하는 내내 이러한 질문들을 안고 가야 하는 작업이었다. 지난해에는 신설된 분야였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과 작품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심사를 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매체 형식 내에서의 장르의 정체성과 의미에 대한 고민들을 마지막까지 떨쳐내기 어려웠다. 더욱이 웹소설은 이미 고정된 장르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들이 서로 횡단하고 뒤섞이면서 기존의 장르의 기준에서는 규정하는 것에서 탈피한 서사 방식과 설정들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웹소설에서 SF 장르의 의미를 부여해 특정한 작품을 선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는 심사 대상을 고르는 작업부터 최종작을 선정하는 내내 이어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웹소설에서 SF적인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가장 많은 작품 종수를 가지고 있는 게임판타지 영역의 작품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처음 분야가 신설되었을 때도 이에 대한 논의들이 가장 큰 화두였고, 결과적으로 ‘과학기술’이 전체 서사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논의가 모아졌다. 특히 게임판타지에서는 과학기술의 등장과 함께 발생한 게임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게임 세계로 진입한 이후에는 일종의 일본 라이트 노벨의 이세계(異世界) 설정과 같이 판타지의 세계관만을 모사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혹여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마법과 환상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서 SF적인 설정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예심에 해당하였던 심사 대상작 선정 작업에서부터 큰 난제로 작용했다.
또한 웹소설에서 SF 요소를 가진 BL 작품들의 종수는 굉장히 많이 파악되었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의 논이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웹소설에서 BL의 종수가 많고, 그중에서 SF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 역시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사 전반에 걸쳐 섹슈얼리티를 형상화하는 과정 등에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형태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결국 논의는 왜 BL, 그것도 SF 장르에서 이러한 경향들이 유독 나타났는가로 이어졌었다. 왜냐하면 섹슈얼리티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의 폭력성 등은 BL 장르에서 나타나는 형식적 특징이기도 하지만, 모든 BL 장르가 그러한 형식을 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확인한 BL 작품들 중에서 SF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형식들이 두드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정치적 올바름이나 비폭력적인 형태를 반드시 취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를 구현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좋은 작품이라고 볼 수도 없다. 특히 창작과 소비 형태에서 발생한 현상에 대해 피아식별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이러한 어워드가 취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결과 조금 거칠지만 SF가 가지고 있는 열려있는 가능성들이 이러한 서사의 형식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SF는 캐릭터를 설정할 때 현생 인류를 특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로봇이어도 서사의 중심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외계인이거나 심지어는 형태를 가지지 않은 존재여도 상관이 없다. 포스트휴먼(post-human)이나 행위자 네트워크(Actor Network), 객체지향 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과 같은 개념들이 일반적으로 구현되는 곳이 바로 SF라는 장르의 장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존재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탐구되고 사고 실험되기도 하지만 여기서 현생 인류가 아니기 때문에 대상을 너무 쉽게 타자화하고 대상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발생하기도 한다. 섹슈얼리티를 형상화하는 대상이 비인간 개체들이기 때문에 인간을 중심으로 적용된다고 인식하는 윤리적인 개념 등의 적용 마지노선이 희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SF라는 설정들을 소재적으로만 사용하고 있을 뿐, SF의 설정들이 가지고 있는 함의들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SF가 가지고 있는 비인간 캐릭터들에 대한 구현은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극복하고 다양한 개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존중과 상호작용이 일반화된 사회를 상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계몽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인류가 앞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지향하게 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활동을 시작한 천선란 작가가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아작, 2020)을 발표하면서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라는 작가 소개말을 써놓았는데, 이러한 감각들이 비인간 개체들에 대한 가장 현대적인 SF적 감각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외피만으로 과학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경이롭고 환상적인 세계를 구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르가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오면서 함께 발전시켜 온 다양한 함의들을 함께 구현하는 것은 장르의 가치를 판단할 때 중요한 부분이고, 이러한 기준에서 섹슈얼리티를 구현하는데 폭력적인 형태를 취한 BL 작품들의 경우에는 BL로서의 장르적 가치를 판단할 때는 다른 의미의 도출이 가능할지 몰라도 SF로서의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이러한 고민들을 안고 시작된 최종심 현장에서는 심사위원별로 각기 다른 기준에서의 웹소설과 웹소설에서의 SF에 대한 가치 논의들이 이어졌었다. 가장 큰 화두는 ‘2020년에 웹소설 형식에 걸맞는 서사가 맞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모든 서사가 그러하고, 공모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서사의 완성도, 즉 이야기를 끌고 나가서 완결 혹은 일정 궤도까지 올려놓는 역량이 큰 의미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연재를 기본으로 하는 웹소설 영역에서 일정한 호흡 이상으로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역량은 다른 이야기 형식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기 때문에 설정이나 형식의 신선함과 기발함 때문에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최종 논의의 과정에서 안타깝게 제외된 작품들이 있었다. 가짜과학자의 <철수를 구하시오>와 티디의 <미연시 시스템도 고생합니다>와 같은 작품이었다. 두 작품 다 기발한 상상력과 거기에 SF적 설정에 부합하는 다양한 재미 요소들을 지니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연재본을 기준으로) 서사의 중반 이후에 구성과 형식이 다소 무너져서 흥미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 다음으로는 서사가 ‘웹소설로 발표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는가’라는 기준이었다. 특히 SF의 장르적 형식에는 부합하는 서사들이었지만 웹소설 형식으로 보았을 때 아쉬운 작품들이었다. 바람그늘의 <스페이스 어드벤쳐>, 나인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99>, 그리고 황미나의 <에덴>과 같은 작품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세 작품 다 SF적인 설정으로 놓고 보았을 때는 심사의 기준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웹소설이라는 매체의 특성에서 보면 다소 아쉬운 점들이 많은 작품이었다.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SF의 전형적인 서사 방식이 웹소설의 연재 형식과 서사 전개 방식에 밀접하게 부합하고 있는가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갈렸다. 그중에서도 황미나의 <에덴>은 서사의 전개와 SF적 세계관과 소재의 활용 등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지만 만화나 기존 소설의 형식이 아니라 2020년대에 웹소설이라는 매체 형식을 감안했을 때 다소 아쉬운 지점들이 있었다.
이러한 논의의 기준들을 통해서 대상으로 선정된 흉적의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은 SF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사고실험, 그리고 웹소설이 가지고 있는 연재의 호흡과 그 안에서 담아낼 수 있는 회차별 에피소드의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특히 미래에 대한 특정한 상황을 가정하고 그 안에서 논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상황들을 사고 실험해 구성되는 에피소드 전개는 웹소설 형식에서 SF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서사적 전개 양상을 특정할 수 있겠다고 여겨질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목에서 보여주는 일종의 파격과 같이 서사의 전개 내내 보여주는 다소 그로테스크할 수도 있지만 기발한 전개들은 전체 회차를 읽는 내내 그다음 서사를 궁금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이것이 웹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서사적 특징이라고 보았고, 최종 논의된 작품 중에서 이를 가장 많이 충족시킨 작품이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궁금증이 계속 이어져 의미 있는 결말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많은 독자의 바람과 마찬가지로 아샤도 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FromZ의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와 Havac의 <함장에서 제독까지>는 전형적인 SF적 설정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특히 <함장에서 제독까지>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전형적인 서사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스터리와 모험, 그리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우주에 대한 서사의 전개 방식은 제임스 호건의 <별의 계승자>(1977)'이나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물론 서사의 구체성은 일본의 스페이스 오페라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 노벨의 그것과도 연관되어 있어 구체성이 돋보였다. 하지만 역시 웹소설로서의 형식에 완벽하게 부합하여 회차별로 주는 에피소드의 매력에서 다소 긴밀성이 떨어지는 회차들이 있는 것이 아쉬웠다.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는 반대의 경우로 서사의 시작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발견되었지만, 회차를 거듭하면서 작가가 스스로의 세계관을 장악하면서 새로운 이야기 요소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모습들이 웹소설의 형식에 잘 부합하는 서사의 형태라고 생각했기에 우수상으로 선정할 수 있었다.
이번 2020 한국SF어워드 웹소설 부문의 심사는 한국의 웹소설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과 의미들에 대해서 질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SF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새로운 매체를 만나서 발현되는 지점들을 목도할 수 있어서 더 뜻깊었던 과정이었다. 매체와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보여준 수상 작가님들에게 감사드리고, 비록 수상작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수많은 의미와 가치들을 만들어주신 작가님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로 한국 웹소설과 SF 장르의 발전에 큰 동력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코로나 시대에 건강과 평안을 바란다.
웹소설 부문 심사위원
전혜정
SF 어워드에 웹소설 부문이 신설된 지 올해로 2년 차. SF가 여러 지평으로 넓어지고 있는 이때, 웹소설은 거꾸로 더 보수적인 조건으로 후보를 선정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학이 주요 소재로 거의 모든 회차에 ‘지속적으로’ 쓰이는지, 과학이 세계관의 뼈대를 이루면서 동시에 겉으로 드러난 모든 표현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았다. 즉 과학이 그 작품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엄격하게 고르지 않았다면, 웹소설의 특징상 과학적 설정이 그저 1회성 장치로 쓰이고 마는 수없이 많은 작품까지 다 심사 대상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작품들에겐 SF적 잣대가 아닌 다른 비평 도구가 필요하다. 스스로 SF라고 여기지 않을 작품들까지 굳이 끌어와 심사한다는 것은, 그 작품들 입장에서도 모욕일 수 있다.
보통 일반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과학적 설정을 등장시키면 그것 자체가 장르적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분야에서는 SF를 한층 관대하게 정의한다고 해도, 장르가 가진 고유한 가치는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저변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웹소설은 다르다. 웹소설은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빠르게 합종연횡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쓰는 분류법, 즉 ‘장르’로만은 그 특성을 명확히 채취하기 힘들다. 그래서 플랫폼에서는 장르명으로 탭을 구분하면서도 다양한 해시태그를 이용한다. 이런 곳에서 SF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섣불리 기준을 건드리는 것은, 바다에 물 한 잔을 빠뜨리는 셈이다. 그 물은 여전히 바닷속에 있음에도 우리가 마실 수는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웹소설 부문에서는 ‘장르 심사’를 하기 위해서, 그 장르만의 고유 특성을 잃지 않는 또렷한 심지를 잡아내는 작업이 필수였다.
심사위원들과 그런 합의를 한 뒤 예심을 거쳐, 우리가 이미 알던 바로 그 맛, SF의 또렷한 심지가 씹히는 총 아홉 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다.
아깝게 최종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본선까지 온 작품들은 모두 나름의 흥미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미연시 시스템도 고생합니다>의 경우는 배덕감에 아스트랄한 개그를 끼얹어 통쾌감을 선사하는 놀라운 작품이었다. 주인공이 게임 속에서 과학과는 영 관계없는 사건을 겪는, 일명 ‘게임 판타지’들은 모두 심사에서 제외되었지만, 이 작품만은 예외였다. 이 작품의 게임 속 세계 역시 마법과 무협 등이 뒤섞인 비과학적인 공간이긴 했지만, 주인공인 인공지능 캐릭터가 게임 세계를 자기 뜻대로 재구축하기 위해서,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끊임없이 하기 때문이다. BL의 특성상 노골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성적 코드들은, 디지털 세계에서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신박-이 단어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다-하게 사고실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만약 개발자 유머를 좋아하고 BL이란 장르에 호의가 있다면, 이 작품은 분명 흥미로운 읽기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작품으로는 <철수를 구하시오>도 꼽을 수 있었다. 올해 가장 이슈가 된 SF 웹소설이기도 했다. 재치 넘치는 표지로 SNS에서도 많이 회자가 되었다. 이 작가는 이 작품이 이렇게 뜰 줄 몰랐기 때문에, 세이브 원고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고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뒤로 갈수록 초반에 보여주었던 재미나 구성이 조금씩 흐트러지는 부분이 보였다.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기간 내 연재된 작품 전체의 완성도와 균질성도 봐야 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으로 최종심에서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반의 몰입감만큼은 압도적으로 탁월하다. 만약 좀 더 많은 준비를 해서 연재를 시작했다면, SF 웹소설 계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상작 중의 하나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는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뒤로 갈수록 더 좋아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첫 화는 평범하게 시작한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뒤로 갈수록 사건들이 탄탄해지고, 문장도 점점 더 읽기 편해졌다. 장기 연재를 소화해야 하는 웹소설들은 흔히 전문적인 소재, 반짝이는 설정으로 초반 인기몰이를 하더라도, 플롯이 허술하거나 사건들의 밀도가 떨어져 뒤로 갈수록 느슨해질 위험이 크다. 뒤로 갈수록 좋아진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장점이면서, 웹소설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이 작품은 웹소설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 즉 주인공에겐 어마어마한 ‘포텐셜’이 있고 그것이 어느 순간 비밀병기처럼 모든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하기 시작하면서 끝내 주인공의 욕구를 실현시킨다는 흐름을 따라간 작품이다. 여기서 그 ‘포텐셜’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공지능이란 점에서 이 작품의 SF적인 묘미가 살아난다.
<함장에서 제독까지>는 우주 함대물로, 고전적인 SF의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모든 면에서 노련했다. 주인공이 이끄는 함대 내의 다양한 인간 군상 스케치도 맛깔났고, 우주 전쟁과 전략, 힘겨루기를 하는 세력들, 복잡하게 돌아가는 정치 등으로 구성된 사건들이 지루할 틈이 없게 이야기를 끌고 갔다. 스페이스 오페라가 가져야 할 스케일 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완성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 작품을 대상으로 뽑지 않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중 친화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굳이 웹소설일 필요가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웹툰이나, 시리즈물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도 똑같이 재미있었을 것이다. 매체 특성을 덜 타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심사위원들은 오래 고민한 끝에, ‘웹소설만이 가능한 재미를 끌어냈는가?’라는 기준을 가장 상위에 두기로 했다. 그래야만 이 SF 어워드의 ‘웹소설 부문’이라는 것에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바로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이다. 이 작품을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땐, 지나치게 여러 차례 반복해서 설명한다는 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추측 가능한 부분까지 소거법까지 써가며 집요하게 해명한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을 느꼈다. 그러나 웹소설들이 때로 이렇게까지 방어적인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매 회차마다 댓글이 달리는 웹소설로서는, 마이크로(?) 단위로 질문과 평가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올만한 질문들을 미리 모든 각도에서 예상하고 해명해가면서 쓰는 것 같은 초반 부분을 지나고 나면, 다음 편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설계된 플롯이 독자의 멱살을 잡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클론 부대의 한 개체(?)에 불과한 주인공이 수상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어느 편도 믿을 수 없는 눈치 게임 한중간으로 떨어진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첩보 기관들이 움직이는 스케일 큰 이야기가, 미스터리 요소를 적용한 플롯의 힘을 받아 달려나간다. 게다가 주인공의 사고방식, 대사 스타일, 문체 등은 그야말로 트렌디한 웹소설의 특징을 있는 힘껏 살렸다. 이런 이야기를 웹소설 스타일에 실어낸 점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빼어난 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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