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이제 기계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학습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무엇을 위해' 학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 방향에 따라서 인공지능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더 나아가면 우리는 더 이상 인공지능의 방향을 통제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어떤 가치를 심어주어야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초기 단계의 인공지능을 신입사원으로 받은 대기업 인사팀 직원의 이야기를 통해 이 것을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 유통사 소개
《오제이티》 심사평 중에서
OJT는 A.I.가 당장 우리의 현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가까운 미래, 인간의 일들을 A.I.가 대체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 김봉석
실제 기업 조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을 그려서 개연성이 높고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정서를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
- 박상준
현대 사회 조직문화가 가지는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식을 잘 녹여내었다.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 양정화
차별과 혐오의 시대. 원전 폭발로 오염된 지역 주민들이 사회로부터 낙인찍히고 2등 국민이 된다면? 고도로 발달된 현대문명의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낳은 근미래의 끔찍한 자화상.
- 유통사 소개
《낙진》 심사평 중에서
SF의 상상력은 멀지 않다. 현재에서 한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거나 옆으로 비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 김봉석
여러모로 공들인 티가 나는 작품.
- 박상준
현재를 사는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법한 디스토피아적 비전을 오염된 극한의 환경 속에 버티고 선 아슬아슬한 인물들의 모습에 담아 진중하게 잘 풀어내었다.
- 양정화
거대하지만 온순한 짐승과 그녀를 키운 여자아이. 그 순수한 우정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투는 동물 보호가들과 탐욕스러운 대기업, 과학의 윤리 사이에 갇히고 만다.
- 넷플릭스 소개
《옥자》 심사평 중에서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SF의 최대치.
- 김봉석
심사대상이 된 상업 장편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나은 작품.
- 박상준
동화와 같은 모험담, 미래적 비전 등이 다채롭게 버무려진 작품.
- 양정화
영상 부문 심사위원
김봉석
대상 OJT
알파고와 아이폰의 시리 등은 A.I.가 이미 현실의 일부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대중의 감각으로는 여전히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OJT는 A.I.가 당장 우리의 현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가까운 미래, 인간의 일들을 A.I.가 대체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인간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OJT는 지나치게 무겁거나 교훈적으로 A.I.에 접근하지 않는다. 세계의 일부로서, 생활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은 어떤 일을 하고 인간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를 심플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준다. 거대하고 의미심장한 무엇으로 과장하지 않고 일상감각으로 SF적 상상력을 펼치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SF 단편이다.
우수작 낙진
SF의 상상력은 멀지 않다. 현재에서 한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거나 옆으로 비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낙진의 위협을 받는 근미래. 이익만을 생각하는 기업과 그들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사람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을 근미래의 시공간에서 처절하게 그려낸다. 설정이 약간 허술하지만 묵중한 인간의 이야기를 힘 있게 끌어간다.
우수작 옥자
봉준호의 SF에 대한 관심, 탁월한 발상과 이미지 연출력은 이미 검증되었다. 넷플릭스 제작으로 만들어진 <옥자>는 봉준호의 상상력이 어디로 뻗어나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설국열차>의 성과를 뛰어넘은 전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SF의 최대치라는 점은 분명하다.
총평
대상과 우수작은 충분히 평가를 받아야 할 수작이고, 본심에 오른 작품들도 흥미로웠다. 종말의 주행자는 아포칼립스 설정과 영화에 대한 잡설을 흥미롭게 엮어냈지만 1990년대 말까지 유행했던 패러디물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서바이벌 가이드는 설정과 세팅이 눈길을 끌었지만 전형적인 SF 이미지를 쉽게 소비하며 이야기의 초점이 흐려지는 점이 안타까웠다. 여전히 희소가치를 구할 수밖에 없는 한국 SF 영상물이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 전체 총평
한국의 SF 영상물은 여전히 양적으로 너무 부족하다. 수작만이 아니라 적당히 즐길만한 발랄한 상상력의 장르물들이 전반적으로 부실하다. 그마나 점점 나아지고는 있다. 영화, 단편영화, 드라마 등에서 SF의 상상력을 이용한 작품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해외에서는 영화의 인기를 위협고 있는 드라마에서도 SF 경향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한국의 SF 드라마는 설정을 흥미롭게 세우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하며 끌어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청률을 의식하여 멜로라인이나 액션 등 부차적인 것들에 끌려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으로 웹드라마, 단편영화처럼 짧은 시간 동안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할 좋은 SF 영상물을 기대한다.
영상 부문 심사위원
박상준
상업영화나 드라마, 또 단편영화 분야에서 해가 갈수록 SF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한다. 이미 TV드라마에서는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몇 년째 연이어 선을 보이고 있고, 장편영화도 점점 그런 추세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TV드라마나 장편 상업영화 쪽에서의 작업은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이번 심사대상작들을 보면, 장편영화 <하루>나 <염력>은 들인 품에 비해서 결과물은 신선도가 떨어졌다. <서클>이나 <듀얼>같은 TV시리즈 역시 장르 내의 상투성에서 벗어나는 과감함 내지는 세련미가 부족했다.
단편 부문의 <로제타미션>이나 <물고기소년>은 SF라는 장르를 너무 의식한 것 같아 몰입감이 떨어졌고 웹드라마 <아이엠>은 어설픈 대중성이 거슬렸다. 단편 <불온한 검은 피>는 실험성은 높지만 다른 미덕이 잘 포착되지 않았다.
본심에 올린 작품은 <옥자>, <서바이벌 가이드>, <종말의 주행자>, <낙진>, <오제이티> 다섯 작품이다.
<옥자>는 심사대상이 된 상업 장편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나은 편이었으나 봉준호 감독의 전작 SF들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었다. 주제나 설정은 좋았지만 군데군데 상투적이고 진부한 연출이 거슬렸다.
<서바이벌 가이드>와 <종말의 주행자>는 단편에서 할 수 있는 실험으로서 일정한 성취를 이루었지만 너무 힘이 들어갔다는 느낌이다. <서바이벌 가이드>는 연기가 좋았지만 연출이나 스토리에 신선함이 부족했고, <종말의 주행자>는 흥미로운 시도로서 감상자에 따라서는 레토릭에 호응할 만한 미덕이 있었으나 바로 그 점이 다른 이들에게는 생소할 터이다. 이 두 작품은 전반적으로 SF라는 장르나 단편이라는 형식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좀 더 편하게 갔더라면 낫지 않았을까 싶다.
<낙진>은 여러모로 공들인 티가 나는 작품이었다. 연출이 아쉬운 장면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납득할 수 있다고 봤다. 주제가 직선적인 점이 좀 아쉽지만 그만큼 첨예한 이슈이기도 하고 또 설정 자체가 하나의 은유나 상징으로 이해할 여지도 있다.
<오제이티>는 여러 면에서 깔끔한 수작이었다. 설정이나 구성, 스토리 등에 무리가 없고 소도구나 연기도 무난하다. 특히 SF 중에서도 인공지능이라는 현실에 밀착된 이야기로 설득력이 높았다. 실제 기업 조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을 그려서 개연성이 높고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정서를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
심사위원진의 만장일치로 <오제이티>를 대상으로 선정했고, <옥자>와 <낙진>을 우수상으로 뽑았다. 수상작들은 물론이고 본심에 오른 작품 모두가 호평을 받을 자격이 있다. 계속 정진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바란다. 지난 한 해 SF영상을 제작하고 연출한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영상 부문 심사위원
양정화
대상 오제이티
인공지능 인턴사원을 교육시켜야 하는 만년 대리의 모습과 그들을 둘러싼 회사 내 조직의 음모를 담은 이야기 속에 현대 사회 조직문화가 가지는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식을 잘 녹여내었다.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우수작 옥자
동화와 같은 모험담, 미래적 비전 등이 다채롭게 버무려진 작품.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러스하지만 성찰이 돋보이는 연출,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장르적 상상력과 훌륭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우수작 낙진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죽어버린 땅, 양강의 오염된 흙을 팔아 살아가는 두 형제의 모습과 그들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다룬 이야기. 현재를 사는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법한 디스토피아적 비전을 오염된 극한의 환경 속에 버티고 선 아슬아슬한 인물들의 모습에 담아 진중하게 잘 풀어내었다.
[총평]
심사를 하면서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을 만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다. 최근 넷플릭스와 유튜브, 케이블과 종편 채널의 드라마 제작 활성화 등으로 인해 장르 콘텐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작되는 영상물의 작품수와 완성도 모두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수상작 선정 작업을 통해 SF장르 작품들 또한 최근 보여지는 이러한 꾸준한 성장세에 발맞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무엇보다 반가웠다. 본심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예심 대상작이었던 드라마들 또한 예년 보다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어 한국 SF영화의 미래가 굉장히 밝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래의 어느 닫힌 공간에서 고군분투하는 어린 남매의 생존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은 <서바이벌 가이드>는 연기나 미래 설정 등에서 충분히 흥미로웠으나 메시지적인 측면에서 전달력이 조금 아쉬운 지점이 있어 수상작으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응원을 담아 총평을 빌어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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